결혼식을 앞둔 신랑과 신부는 한번쯤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전통혼례의식인 ‘폐백’을 하느냐 마느냐를요. ^^ 우리나라 전통혼례를 없애고 서양식 결혼 문화만을 고수하는 것은 어딘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기 때문인데요, 전통혼례 의식 '폐백' 꼭 해야 하는 걸까요?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폐백은 신부가 시댁 어른들께 큰절을 올리며 새 식구가 되었음을 알리는 우리나라의 전통혼례 의식입니다. 이때 한상 가득 차리는 폐백음식은 신부가 시부모를 위해 준비한 예물이죠. 대표적인 폐백음식으로 닭, 육포, 밤, 대추 등이 있어요. 이 음식들은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의 무병장수와 자손번창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럼 밤과 대추는 폐백상에 어떻게 올릴까요? 먼저 밤과 대추는 신부가 시아버지한테 올리는 음식이에요. 대추는 크고 실한 열매들을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정종을 뿌린 뒤 뚜껑을 덮어 하룻밤 재운 것을 사용합니다.
정종에 불린 대추는 주름이 펴져 탱탱해지는데요. 대추의 꼭지를 젓가락 끝으로 찔러 잣을 박아주고, 굵은 대추부터 홍실에 꿰어 냅니다. 대추를 홍실로 엮을 때는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부부가 백년해로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
이렇게 홍실에 꿴 대추는 이쑤시개로 고정시켜 돌려 담고, 홀수로 단을 쌓되 상하가 서로 엇갈리도록 올립니다. 이때 밤도 폐백상에 대추와 함께 올라가죠.
두 임산물을 같이 쌓아올리는 것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어른들이 신랑과 신부에게 던져주는 밤은 '밤의 뿌리처럼 한 가닥으로 변함없이 굳게 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대추는 ‘자손번창과 집안의 번성’을 기원하는 것이고요. ^^
그러면 시어머머니에게는 어떤 음식을 올릴까요? 바로 닭과 육포입니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가축으로 부지런함과 번영을 의미하는데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부지런히 살겠다는 다짐을 폐백음식으로 대신하는 것이죠.
육포는 신부가 시부모를 존경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신부가 절을 하면 시어머니가 육포 위에 손을 얹고 어루만지는데요, 그 뜻은 며느리의 허물을 덮어주겠다는 것으로 고부간의 갈등을 예방(?)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폐백 순서와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차례대로 알려드릴게요. ^^
① 신부를 도와주는 수모가 신부를 대신해 시아버지에게 폐백을 올립니다.
② 폐백을 받은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덕담을 하고 보자기로 싼 근봉(謹封)을 풉니다.
③ 신부는 수모의 도움을 받아 시어머니에게 육포가 들어 있는 폐백을 드립니다.
④ 수모가 신부를 대신해 시어머니에게 폐백을 올리고, 시어머니는 폐백을 어루만집니다.
⑤ 신부는 수모의 도움을 받아 육포를 들어 올립니다.
⑥ 시아버지는 대추를, 시어머니는 육포를 받습니다.
⑦ 수모가 시부모에게 술을 올리가 전, 시어머니에게 안주를 올립니다.
⑧ 신부는 수모의 도움을 받아 4번 절하고, 수모의 손을 빌어 시부모에게 술잔을 올립니다.
⑨ 수모는 신부를 대신해 시부모에게 술을 권하고, 시부모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면 다시 안주를 권합니다.
⑩ 마지막으로 시아버지가 덕담을 하면서 며느리의 치마폭에 밤과 대추를 양껏 던져줍니다.
어때요, 여러분? 폐백음식에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모르셨죠? 단지 귀찮다고 생각했던 폐백에는 신랑과 신부를 위한 여러 의미가 담겨있어요.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생략하기 보다 간단하게나마 진행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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