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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이끼, 숲에서 만나는 초록융단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숲 속의 계곡 바위, 나무줄기, 나무의 그루터기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요, 특히 그늘진 곳에 군락을 이룬 모습을 보면 거대한 초록융단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식물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끼'입니다. ^^ 

이슬이 나무에 스며들고, 이끼들은 나무 표면의 갈라진 틈에서 나무에 스며있는 물기를 먹으며 번식을 해요. 나무 표면에 녹아 나오는 양분으로 초록융단의 영역을 더 넓혀나가죠. 


물과 육지의 중간단계 식물이라는 이끼는 숲의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기도 하며, 숲이 유지될 수 있도록 그만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숲에서 이 초록융단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


이끼는 숲의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명체에요. 일반적인 식물처럼 잎, 줄기, 뿌리의 구분이 있지는 않지만 숲에서 물과 양분을 먹으며 자손을 만들어가는 거대한 식물군이죠. 지구상에 2만 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심하게 오염된 땅이 아니면 춥고 덥고 습한 날씨에 상관없이 폭넓게 분포하고 있어요. 


숲에서 이끼란 존재는 거대한 나무와 아름다운 꽃에 가려 잘 드러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숲에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하여 비가 나무와 식물의 뿌리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답니다. 또 산불로 황폐해진 숲에 다시 자라나 식물들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죠. 


여러분도 숲에서 종종 보셨을 거예요. 숲에 비가 내리고 수분을 가득 머금은 초록색 반짝임을요. 또 햇빛이 비칠 때 수분이 증발하면서 피어나는 물안개도 말이죠. 그만큼 이끼는 숲이 마르지 않도록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공급하는 숨은 파수꾼이에요. 

이밖에도 심하게 내리는 비에 흙이 쓸려가지 않도록 땅을 보호해 주고요, 죽을 때는 유기질의 거름을 남겨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떠납니다. 존재감이 정말 크게 다가오죠? ^^

그렇다면 이끼는 왜 물에 민감한 걸까요? 그 이유는 물속에 살던 식물이 육지로 진화해 가는 중간 단계의 식물로서 관다발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끼는 최초로 육상으로 진출했다고 알려진 식물로 원시식물이라 불리는 고사리와 식물계통상으로 가장 가까이에 놓여 있어요. 생태계에서 식물이 없던 곳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식물로 분류되고 있죠. 


뿌리에서 잎으로 수분을 이동시키는 관다발이 발달하지 않아 높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바위와 나무줄기 아랫부분에서 발견됩니다. 물속에 살던 녹조류에서 진화한 이끼가 물에 민감하기 때문에 선택한 생존형태라 할 수 있어요. 


습기가 많은 곳에 제한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이끼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조한 육지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진화한 형태가 바로 관다발 조직을 가진 식물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양치식물, 종자식물(겉씨식물, 속씨식물)이 다 관다발 식물이죠.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은 관다발이 있지만 홀로 번식할 수 있는 ‘포자’로 자손을 퍼트린다는 점은 이끼와 같아요.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종자식물과 다른 점이자 이끼와 양치식물이 식물 진화 초기 단계의 식물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어요.

이렇듯 숲은 나무만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아요. 다양한 생물들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에요. 앞으로 숲에 가시면 나무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숨은 다양한 생명체에도 관심을 가져 보세요. 새로운 세상이 보이실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