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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임업인 인터뷰

세계인의 식탁에 가시오가피를 올려놓고 싶어요!-가원농원 김미영 대표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비바람과 뙤약볕을 이겨낸 임산물은 사람을 더욱 귀하게 대접하는데요. 드림이가 만난 귀촌인도 그런 음식의 귀함을 몸소 경험한 분이랍니다. 가시오가피로 고추장, 잼 등을 만들어 우리 임산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가원농원 김미영 대표를 함께 만나볼까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양평 용천리. 서울을 출발한지 2시간 남짓 지나자 ‘별빛마을’이라고 써 있는 가원농원 팻말이 보였어요. 빼꼼히 열려있던 쪽문 사이로 김미영 대표가 나와 드림이를 반겨주었어요.^^


“어서오세요.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죠? 마을주민들 산책하라고 쪽문은 열어두는데, 개인 농가라 대문은 닫아두는 편이에요. 안 그러면 나무도 뽑아 가더라고요(웃음). ” 


은인 같은 임산물, 가시오가피


귀촌 초기에는 가족들의 반대도 컸다고 해요. 다른 집들은 있던 가시오가피도 안 하려고 캐내는데, 거꾸로 가시오가피를 키우겠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김 대표가 고집을 부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20대 후반 교통사고로 척추 마비가 온 김 대표는 가시오가피 덕에 빨리 회복됐다고 해요. 실제로 동의보감에는 가시오가피가 뼈, 인대, 근육을 강화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나와 있어요.


“사고로 경추 3곳, 요추 2곳의 디스크가 빠져 나왔어요. 서서히 마비가 왔는데, 병원에서도 치료될 확률은 반반이라고 했어요. 그때 가시오가피 엑기스를 먹으면서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2달 남짓 지나서 일어날 수 있었어요. 물론 남편의 기도와 간병이 있었고 재활치료도 열심히 받았지만, 가시오가피를 먹은 것도 도움이 컸구나 느꼈어요.”


파고들면 무궁무진한 게 귀농귀촌



김 대표는 은인 같은 가시오가피를 키우기 위해 지금의 땅을 마련했어요. 가시오가피는 열이 많은 작물이라 춥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데, 용천리가 딱 그런 곳이었죠. 김 대표 말에 따르면 가시오가피는 배수가 잘되는 반 음지에서 재배를 해야 한다고 해요.


“맛이 너무 써서 사람들이 즐겨 먹지 않아 그렇지, 오가피가 몸에 참 좋아요. 본초강목에도 ‘한줌의 오가피가 한 수레의 금옥보다 낫다’고 나와 있고요. 가시오가피를 어떻게 하면 다양한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여러 식품들을 만들게 됐어요."



그렇게 만든 식품들이 찹쌀고추장, 된장, 가시오가피 잼, 와인, 가시오가피 간장, 장아찌, 식초 등 정말 다양한데요. 이 중에서 고추장과 잼은 특허를 받았다고 해요. 특히 가시오가피 잼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특허를 받았고요.


"블루베리나 아사이베리 같은 외래종이 유행하는 걸 보니까 우리 토종 임산물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임산물들이 굉장히 많은데 외래종에 묻혀 잊혀지니 안타까워요. 식탁 문화를 통해 가시오가피를 부활시키는 게 제 꿈이에요.”


6차산업은 필수, 뜻이 있다면 연구하라!



하지만 김 대표도 아직 넘지 못한 산이 있다는데요.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오가피 가공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식품제조·가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요. 김 대표는 “앞으로는 6차산업이 필수”라며 귀농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인허가관계를 알아보고 시작하라고 조언했어요.


대신 가원농원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소득이 얼마 안 되지만, 숲과 임산물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가시오가피를 비롯한 여러 임산물들의 활용방법을 알려주고 있죠.


“오가피 밭 아래 참쑥을 심었어요. 쑥 뿌리가 자리를 잡으면 다른 잡풀이 못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봄철 체험객들과는 쑥체험을 해요. 예를 들면 쑥국, 쑥떡, 쑥 효소, 쑥 식초를 담가요. 단오가 지난 쑥은 예초기로 잘라내 오가피에 퇴비로 덮어주고요. 그러면 가뭄도 덜 타고 습도조절도 되거든요.”



김미영 대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게 귀촌생활이라고 말했어요. 귀촌한다고 하면 느슨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요즘 귀촌인들은 도시인보다 더 바쁘게 산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김 대표도 귀촌과 동시에 약용식물자원관리사·발효효소관리사·식이요법관리사·외식산업컨설턴트 등의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며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답니다.


“엊그제도 비가 많이 와서 남편하고 새벽 4시 반에 나왔어요. 작물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에 밤낮이 없어요. 시간다툼을 할 때도 많고, 변동사항이 많아서 직장인들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기가 어려워요. 거기다 저처럼 식품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어느 시기에 수확한 작물이 가장 좋은 맛을 내는지, 영양면에서는 어떤지 연구도 많이 해야 해요.”



가녀린 체구로 20년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몸은 피곤해도 이 일만큼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 없었다"고 말했어요. 외국 임산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랑받는 것을 보면, 한국 땅에서 자라는 임산물들은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김 대표는 매일같이 가시오가피를 식탁에 올릴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해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김 대표는 숲 해설가 수업을 듣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요. 힘차게 엑셀을 밟는 그녀에게서 큰 열정이 느껴졌답니다. 가원농원 김 대표의 꿈이 이뤄지는 날, 반드시 올 것 같죠?^^


# 가원농원 김미영 대표가 전하는 귀산촌 TIP #


1. 각 지역 기술센터 교육과 산림조합 상담센터를 적극 활용하라. 

2. 인허가 관계를 비롯해 키우고자 하는 작물과 잘 맞는 지역을 택하라.

3. 처음 시작할 때는 병충해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 잘 크는 작물이 좋다.

3. 범위를 크게 잡지 말고, 몇 가지 작물을 택해 심어본 뒤 주요 작물을 정하라.

4. 내가 잘할 수 있는 작물에 주력하고, 유행에 흔들리지 마라.

5. 주인은 항상 임부(賃夫)들 보다 두세 배 일해라. 

6. 재배에만 그치기보다 6차산업으로 연결해 자기만의 비전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