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나는/임업인 인터뷰

초보자를 위한 귀농귀산촌 교육!(박기윤 화천현장귀농학교장)


 

 


지난 9일(수) 한국임업진흥원에서는 왕초보를 위한 귀농·귀산촌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귀농, 귀산촌에 관심은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요. 강사 선생님의 알찬 강의와 수강생들의 한결같은 집중력이 빛났던 그날의 이야기를 살짝~ 들려드릴게요.^^



귀농·귀산촌교육 진행을 맡은 한국임업진흥원 임업지식통합서비스센터의 강민지 선생님입니다! 귀산촌 교육을 신청하셨던 분들이라면 강 선생님과 한 번씩 통화해보셨을 거예요. 이름만 보고 여잔줄 알았는데 남자여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ㅎㅎ



화천현장귀농학교 박기윤 교장선생님께서 ‘귀산촌 이해 및 준비 요령’에 대한 강의를 맡아주셨습니다. 말솜씨가 어찌나 좋으신지 이야기가 막힘이 없었고요. 본인의 경험과 섞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수강생 반응이 엄청 좋았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강의는 귀농, 귀촌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요. 도시와 농촌이 생겨나고 도시적인 삶과 농적인 삶이 구분되면서 ‘귀농’이 생겨났고요. 농업이 아니더라도 시골에서 펜션, 식당 등 여러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이들을 끌어안기 위해 ‘귀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하지만, 농적인 삶은 꼭 시골에 가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시더라고요.


"도시에 살면서 소변을 모아 액비를 만들고, 대변을 모아 퇴비로 만들어 사는 사람과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위해 땅에 농자재나 비닐을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느 것이 농적인 삶에 가까울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또한, 마치 시골에 가면 지금 가진 문제가 전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도 하셨는데요. "휴양과 생활을 전혀 다르며,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시골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 박 선생님의 생각이었습니다.



귀농 1세대인데다가 귀농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성공사례나 실패사례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고 해요. 그러나 성공도 실패도 한 과정일 뿐, 무조건적인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의 성공이 5년 후에도 그대로일까?'라는 거죠.


귀농 생활의 성공을 향한 열망, 부푼 꿈을 가졌던 분들에겐 기운빠지는 소리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성공'이라는 부담을 던질 수 있는 조언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귀농하려면 땅을 구하는 게 먼저인데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땅은 대개 비슷합니다. 빛 잘 드는 남향에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천이 흐르는 곳. 동네에서는 좀 떨어져 있으면서도 교통은 나쁘지 않은 곳. 결론은 싸고 좋은 땅이죠.


박 선생님은 딱 잘라 말했습니다. "비싸고 좋은 땅은 많다!" 이 말은 곧 싸고 좋은 땅을 구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인데요.



박 선생님도 같은 자기가 생각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으려고 1년이나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땅만 찾다가는 아예 귀농을 못하겠다 싶어 꼭 필요한 것과 절대 안 되는 것 두 가지 조건만을 가지고 땅을 구해 결국 화천에 자리 잡게 되셨다고 하네요. 내 기준에 꼭 들어맞는 땅을 구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된다는 뜻이겠죠?


박 선생님은 귀농생활을 하면서 일기장에 써내려갔던 개인적인 고민과 생각을 모두 얘기해주셨답니다. 박 선생님은 전략적으로 겨울에 귀농해서, 농사일이 없는 때에 마을사람들과 많이 어울렸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있기 마련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의 마음가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시골사람이 되려는 것, 그것 뿐이었다고 해요.



귀농 후 하게 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참 와 닿았는데요. 나는 이제 도시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시골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었던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하셨던 거죠.


박 선생님은 어떻게 했을까요? 진짜 시골 사람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배우셨다고 해요.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만능이라고 합니다. 용접도 하고, 보일러도 직접 고치고요. 본인도 그렇게 되려고 더 노력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꼭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 ‘갈등’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귀농귀촌을 꿈꾸다보면 어느 정도 환상을 품게 마련인데요. 박 선생님은 2년차, 5년차, 10년차에 위기가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귀농 10년째에 찾아오는 위기는 바로 우울증. '10년이나 귀농생활을 하고서 우울증이라니!?'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는데요. 여유를 가지려고 시골로 왔는데 정말 내 삶에 여유가 생겼을까, 경쟁이 싫어 내려왔는데 정말 경쟁에서 자유로워졌을까 등등 귀농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찾아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원칙! 내가 귀농하려는 이유 열 가지를 꼭 찾아보고 그 중에서도 대원칙과 소원칙을 세워 방향을 잃지 말라는 귀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한 수강생은 "이번 강의를 통해서 귀농, 귀촌에 대해 더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귀농·귀산촌 교육이지만,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지 않았던 것이 이번 강의의 특징이 아니었나 싶어요.^^


예정된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약 세 시간 동안 강의가 진행됐는데요. 박 선생님의 솔직한 이야기와 구수한 입담에 그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고 강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화천현장귀농학교 박기윤 교장선생님의 강의 후에는 수강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만한 '산림정보 다드림'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드렸고요. 임산물 재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임산물교육센터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귀농귀산촌 교육을 수강한 분들에게 교육이수증을 발급해드리면서 이날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는데요. 교육을 듣기 위해 먼 길 와주신 분들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감히 자신해봅니다~^^


아쉽게 이번 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은 다음 기회에 뵐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