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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임업인 인터뷰

건강한 숲에서 키우는 산양삼, 가시오가피! -삼원산삼 황한순 대표-


 

 

건강한 산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지 20여년, 길었던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원산삼 황한순 대표와 그 아내 유기선 부사장은 ‘숲이 허락해 줬기에 가능한 일’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홍천에서 산양삼, 가시오가피 등 고소득 토종 임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삼원산삼 이야기에 함께 귀기울여 볼까요?


우리 산이 답이다


“코흘리개 시절, 큰아버지 댁 뒤에 있는 작은 산을 즐겨 찾았습니다. 산에는 칡, 창출·백출, 하수오, 고사리 등 임산물이 많았어요. 가족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자주 산으로 갔죠. 어린아이 눈에도 산이란 것이 참 신비하게 보였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게 다 산과 인연이 되려고 했는가 싶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아내 역시 뜻이 같았죠.”



삼원산삼은 강원도 홍천군 청정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발 900m, 토양이 비옥한 곳이죠. 황 대표는 맑은 계곡이 흐르는 건강한 숲에서 산양삼, 가시오가피, 토종오가피, 산채, 약초 등 유기농 임산물을 생산합니다.



황 대표 부부가 농장을 만들기 위해 산을 알아보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충북 단양에서부터 강원도 화천, 양구까지 산이란 산은 다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3년 동안 직접 발품을 팔았고, 덕분에 홍천에 지금의 농장 자리를 구입하게 됐죠.


산을 사고 가장 먼저 가시오가피 양묘를 식재했습니다. 2003년엔 산양삼 종자를 뿌렸습니다. 이후 음나무(엄나무), 산초나무, 돌배나무, 머루, 산수유 등 산지재배가 가능한 품목으로 관심을 넓혀나갔죠. 그의 최종목표는 ‘자연에 가장 근접한’ 약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전부 가시오가피입니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어요. 우리가 보호해야할 진귀한 약용수종이죠. 학명은 아칸토파낙스(acanthopanax). 아칸토는 '가시나무', 파낙스는 '만병을 치료한다'는 뜻입니다. 벌써 10여 년째 다른 식물들과 어우러져 잘 자라고 있네요."


"제가 한 거라곤 씨앗으로 양묘해서 땅에 심은 것 밖에 없어요. 어린나무일 때 풀 작업 해준 것 그게 다예요. 나뭇가지 정리한 것은 산허리마다 가지런히 쌓아두었고요. 언젠가 썩어서 퇴비역할을 하겠죠? 옛 선조들이 사용한 순환농법과 같은 이치입니다. 순전히 자연이 길러주는 거예요."



황 대표가 새 순이 돋은 임산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합니다. 명이나물도 있고 곰취, 당귀도 있습니다. 모두 잘 자라줘 고맙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같은 땅에 산양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산삼은 예로부터 하늘이 선택한 사람에게 주는 영초(靈草)로 불려왔습니다. 조선시대 때 인삼은 오늘날의 반도체에 해당하는 고가의 자원이었죠. 산양삼은 우리나라 대표 임산물로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크기는 천차만별이에요. 사람마다 키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크기가 크고 균일한 산양삼을 재배하려면 흙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에요. 자연을 거스르는 방법은 옳지 않죠. 뭐든지 자연에 답이 있습니다."



황 대표 부부는 한국임업진흥원 컨설턴트이자 산림과학원 연구관인 최명섭 박사에게 임산물 관련 자문을 얻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의 임산물 산지도 꾸준히 찾아다니는 중이고요. 전문서적을 통한 지식 습득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오가피, 산양삼 등 20여 년의 재배 과정을 일일이 기록해 자료로 보관 중인데요. 농장 직원들도 우리 임산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은 최상의 임산물을 만드는 자연의 보고


황 대표는 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산은 지속가능한 최상의 물질을 만들어내는 자연공장이자 보고(寶庫)”라고 말했습니다.



“헛개나무의 주요 효능은 숙취해소입니다. 이것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내용이에요. 오랜 역사가 있는 식물이지만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헛개나무 외에도 좋은 식물들이 우리나라에 무궁무진합니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거예요. 자꾸 밖에서만 찾으려고 하죠. 사람마다 특성이 있듯 우리 임산물도 우리나라 산림에 가장 적합해요. 이런 작물들을 잘 길러야 합니다.”


오염된 땅은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오염되지 않은 산림토양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죠. 따라서 ‘왜 산을 지켜야 하는지’ 본질에 대한 물음을 가져야 한다고 황 대표는 힘주어 말합니다.


“산은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줍니다. 잘 가꿔만 준다면 임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우리 임산물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산양삼 사업은 양질의 종자를 적지에 식재해 생산관리, 유통 및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사업을 하려면 초기 6년 동안 투자할 수 있는 자금 및 파종 가능한 산림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임산물 시장은 안정성 부재 상태. 중국삼과 불량삼이 저가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그가 바라는 것이라면 임업이 산업화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입니다.



"임산물을 생산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요. 생산자와 판매자끼리 갈등이 생기는 일도 비일비재죠. 산림 역시 넉넉히 확보해야 합니다. 저희만 하더라도 현재 여건으로는 더 이상 식재할 공간이 없어요."


"국가 차원에서 산림의 활용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해줬으면 합니다. 농장 현황 확인은 물론 국유림 활용 등 사업 방안을 함께 모색해 주신다면 더 없이 고맙겠네요. 또한 임업 분야에 역량을 지닌 사람들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주시길 바라요. 물론 우리 임업인들도 서로 연대를 해야겠죠. 정보를 공유해야 함께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숲과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다



삼원산삼 임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2009년에 식재한 산양삼을 올해부터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농장 내 시설 구축, 홈페이지 및 명함·로고·쇼핑백 제작 등 준비할 것이 참 많습니다. 황 대표는 또 한 가지,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동체 마을’ 조성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숲속나라 휴-마을’이 그것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숲속에서 산책을 하고 임산물로 만든 차를 마시는 등 자연 속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을을 구상하고 있어요. 관련 프로그램으로 명상캠프 같은 것들이 있겠죠. 물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할 것입니다.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내는 것 또한 큰 기쁨일 테니까요. 우리 산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더욱 힘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