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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임업인 인터뷰

브랜딩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다! -인시즌 이소영 대표 -


산에서 재배한 산야초로 효소를 만든다? 매실과 곡물 등으로 만든 홈에이드 효소가 많아지는 가운데, 산에서 나는 식물을 이용해 만든 효소의 사업화에 성공한 이가 있어요. 바로 인시즌의 이소영대표인데요, 그녀는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산야초 효소 상품의 개발과 디자인, 유통 등 사람들의 구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사업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산에서 자란 임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농부’로 알려진 인시즌 이소영 대표의 효소 상품화 성공 스토리를 직접 들어볼게요. ^^


 

# 여행 중에 떠오른 상품화 아이디어 

 

농원의 큰 딸로 자란 저는 해외에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을 했습니다. 그런 제게 어머니의 산야초 효소를 바탕으로 사업화를 모색한 것은 대학원 시절 참여했던 공모전이었죠. 


당시 공모전 주제는 ‘충청북도 경제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였는데, 제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낙과를 활용해 잼 등의 가공품을 만드는 거였어요. 별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대상을 받았고 도청에서는 그때부터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 샘플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산야초 효소 생산과 함께 배농사도 지으셨는데 이것만으로는 농사에 들어간 비용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래서 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산물과 임산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일본에서는 시골에서 직접 농사짓거나 산에서 거둔 과실을 가공하여 상품으로 만들어 백화점의 최고급 부티크 상품으로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일본을 다녀온 후 졸업논문 주제를 ‘농부가 수제 가공한 제품을 고급 식품 브랜드로 런칭하는 방법’으로 잡았죠. 기존의 대기업들과 달리 농가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함을 연구하기로 한 거죠. ^^ 



# 식품의 가치를 알리는 세 가지 조건


저는 거듭되는 궁리 끝에 어머니가 즐겨 만드신 ‘산야초 효소’를 비롯해 소비자들이 만나기 어려운 매실, 산딸기, 오미자 같은 임산물들을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런던과 코펜하겐, 파리의 백화점·마트를 비롯해 스위스의 농부마켓(FARMER’S MARKET)까지 쫓아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했죠. 그 결과 한 가지 확신이 생겼어요. 앞으로 우리가 원하게 될 식품은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있는 그대로의 건강한 맛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첫째,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하는 로컬푸드일 것, 둘째, 요리사나 식품 가공업자가 직접 수제 가공한 것, 셋째, 소비자가 느끼고 기억할 수 있는 탁월한 맛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첫 제품은 80가지의 야생초를 일일이 채취해 발효시키고 5년을 기다려 숙성시킨 산야초 발효효소와 천연배식초였습니다. 하지만 양조식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3년 이상 저온 숙성시킨 식초를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됐죠, 브랜드 이름부터 상표등록, 포장, 품목제조 등록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어요.


내가 도시에 사는 소비자라면 무엇 때문에 이 제품을 사게 될까 자문했죠. 더욱이 일일이 시간을 들여 숙성한 제품은 1년에 한정된 수량만 팔 수 있는 극히 귀한 제품이라 이를 인정받으려면, 우선 선물하기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됐죠. 



# 재구매의 힘은 품질과 활용성


소비자들의 첫 구매는 제품 포장이 좋거나, 선물하기 무난하거나,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할 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고급스럽지만 단정한 디자인으로 제품의 라벨과 포장상자를 만들었어요. 또 처음 효소나 식초를 받아본 사람들도 먹기 쉽게 정성스런 설명서를 만들어 넣고, 선물을 건넬 때 활용할 종이봉투와 감사카드도 만들어 넣었어요. ^^ 


하지만 재구매의 조건은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한 번 이상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맛과 제품의 활용방법이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제품이 좋은 재료로 만든 것은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죠. 그래서 우리는 전문 셰프를 고용해 3개월간 레시피 연구를 했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1년 7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이 첫 세트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논문 지도교수님의 전시회 때 들고 갔죠. 졸업논문이 진짜 제품이 되었다는 것을 보고 드리는 차원의 선물이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어요. 전시회장에서 주문이 들어온 거예요. 지금은 더욱 다양해진 제품들로 많은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어요. 

 

뭐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우리가 가진 제품의 가치를 알리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좋은 제품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통해 자연이 주는 소중한 먹거리를 알리고 가치를 전하는 일이라면, 오래도록 ‘디자인 농부’로 남고 싶습니다. ^^


 

 

※ 사진제공 : 인시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