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모습으로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여러분은 대나무에 핀 꽃을 구경하신적 있나요? 아마도 대나무는 여러 번 봤어도 꽃을 보신 분들은 없을 것 같아요. 대나무 꽃은 보통 60~120년 만에 한 번 피기 때문에 평생에 대나무꽃을 보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줄기가 까마귀 깃털을 닮았다고 해서 ‘오죽(烏竹)’이라 불리는 대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해요. 과연 대나무 꽃은 어떤 모습일까요? ^^
경남 진주시에 소재한 진주성의 논개사당 정원에는 오죽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오죽에서 국내 최초로 꽃이 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어요. 일반 대나무는 녹색인데 비해 오죽은 줄기가 검정색인 특징이 있어요. 이 대나무는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정원수나 건물 주위를 가리는 등의 전통조경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죠.
[꽃이 핀 진주성 논개사당의 오죽] (사진 : 산림청)
이번에 꽃이 핀 진주성의 오죽은 약 300본 정도로 높이 6m내외, 가슴높이 기준 지름이 1∼3cm 정도 됩니다. 대나무 꽃은 촉석루 누각에 맞닿은 논개사당 앞마당에 피어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해요. 여러분도 꽃이 핀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시죠? ^^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나무에 꽃이 핀 사례는 ▲1937년 경남 하동의 왕대 ▲2007년 경북 칠곡의 솜대 ▲2008년 경남 거제의 칠전도의 맹종죽 ▲2012년 경남 김해의 용두산에 자생하는 이대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오죽에 꽃이 핀 경우는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식물 중에는 일생에 한 번만 꽃을 피우는 식물과 여러 차례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여러 번 꽃을 피우는 식물에 비해 한 번 꽃을 피우는 식물은 일평생 단 한 번의 꽃을 피우기 위해 치열한 종자번식을 합니다. 꽃 피는 최적의 시기를 조절하고, 종자를 먹을지 모르는 포식자들을 피해 진화하는 것인데요, 그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대나무입니다. ^^
대나무는 일평생 한번 꽃을 피우는데요, 꽃이 핀 다음에는 열매가 열리고 이듬해 생을 마감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꽃을 피운 진주성 논개사당의 오죽도 안타깝게도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없다고 하네요.
또한 대나무에 꽃이 피는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게 없어요. 단지 60∼120년 만에 꽃이 핀다는 ‘주기설’, 특정한 영양분이 소진되어 꽃이 핀다는 ‘영양설’ 등 여러 학설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대나무 꽃을 매년 보기 힘든 이유는 대나무의 번식이 씨앗이 아닌 지하경(땅 속에 존재하는 줄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꽃이 피는데 관여하는 기관이 퇴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하네요. 진화의 산물이라니 신기하죠? ^^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최수민 박사는 "과거에는 대나무 개화 양상이 매우 넓은 면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으나, 최근에는 소규모로 피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번에 오죽에서 꽃이 피는 현상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맘때 자라는 어린 순은 나물로 해먹고, 다 자란 것은 가구와 죽세공품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대나무! 좀처럼 보기 힘든 꽃을 피웠다고 하니, 대나무 꽃 구경하고 싶은 분들은 주말시간을 이용해 진주성의 촉석루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생애 단 한 번, 마지막 꽃을 피운 오죽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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