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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전주 '경기전'과 그곳의 은행나무 이야기


전라북도에 자리한 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어요.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 전주이며 이씨 왕실과 관련된 유적이 이곳에 많기 때문이에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과 전주이씨의 시조 이한 공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조경묘’가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특히 경기전은 조선을 상징하는 곳으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역을 맡은 이정재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의 참고 원본이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답니다.   

숲드림과 함께 경기전과 이곳을 상징하는 은행나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해요. ^^ 

[태조 이성계 어진] 

경기전은 전라북도 전주시 풍남동에 위치한 사당으로 1410년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조선왕조를 연 태조의 초상화, 즉 어진을 모시기 위해 지어졌죠. 전주 외에도 경주, 평양 등에 어진이 봉안되었고, 이곳을 ‘어용전’이라 불렀습니다. 이후 세종 때에 이르러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승전’이라 부르게 됩니다. 

[전주 경기전] 

전주에 있는 경기전은 조선왕실의 본향지라는 상징성과 함께 실록을 보관하는 전주사고가 있어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요.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미슐랭 그린 가이드’ 한국판에서 별점 3개를 받은 전주한옥마을 내에 위치해 있어 국내외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누워서 잠을 자는 것 같은 모습의 '매화나무']

정전, 전주사고, 예종대왕태실비, 하마비 등 조선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재와 함께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도 볼 수 있죠. 은행나무, 매화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배롱나무 등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문화재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 냅니다. 

[경기전 부근 은행나무길]

그 중에서도 임금이나 제후의 혈통을 의미하는 '공손수'로 불리는 은행나무는 경기전 일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새주소 도로명이 은행나무길인 것도 경기전을 대표하는 나무가 은행나무임을 증명하고 있어요. ^^ 
 
경기전 부근에는 고려 우왕 9년, 월당 최담 선생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심었다고 알려진 은행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어요. 이 은행나무 아래서 심호흡을 5번하면 나무의 정기를 받게 된다고 하여 경기전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이 나무를 꼭 찾곤 합니다. 


그런데 나무의 정기가 강해서인지 600년이 넘는 수령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나무 밑동에서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은행나무 밑동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나무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높이 16m에 둘레 4.5m 정도로 우람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나무는 주변에 있는 전주의 전통한옥 700여채와 함께 이곳의 유명한 명소인데요, 나무 앞에 서면 불쑥(?) 튀어나온 것 같은 높이 6m, 둘레 8㎝정도의 어린나무 때문에 더 유명해 졌어요. 


전주시는 어린나무가 발견되고 약 4년이 지난 2009년에 이 기이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전북대학교와 함께 어린나무의 DNA를 분석했어요. DNA가 같은 나무라면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후계목'으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죠. 

분석이 실시되기 전까지, 주변에서 날아든 씨앗으로부터 자랐다와 은행나무 뿌리부분에서 싹이 터 자란 거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며 추측만 난무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어린나무가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 뿌리에서 돋아난 ‘맹아묘’라는 DNA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놀랍고 신기한 현상에 다들 놀라워 했습니다.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가 됐죠. 

어린나무를 통해 회춘(回春)을 꾀한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여러분도 전주의 경기전을 방문하면 꼭 한번 노령의 은행나무와 그 앞에서 꼿꼿하게 자라고 있는 어린 은행나무의 모습을  확인해 보세요. 그 신기한 모습에 여러분도 아마 놀라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