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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명품악기의 재료는? ’오동나무’, ‘가문비나무’




현악기는 현의 진동이 악기의 몸체로 전달되어 공기 중에 음파로 퍼지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나게 하는 악기는 어떤 나무로 만들까요? 가볍고 진동을 잘 할 수 있는 나무를 위주로 만들어지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앞판은 가문비나무로 만들고, 뒤판은 단풍나무로 만듭니다. 전통악기 가야금과 거문고의 몸체는 오동나무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소리를 만드는 나무를 만나보겠습니다. 





<가야금과 거문고, 우리 전통음악에서 꼭 필요한 악기를 오동나무로 만듭니다 / 출처: 나무와 문화연구소


현악기의 정수라고 불리는 가야금이나 거문고는 주로 오동나무를 재료로 사용합니다. 신라 진흥왕 때 가야국의 가실왕의 악사였던 우륵이 신라로 가져간 가야금이나 왕산악이 칠현금을 고쳐 만든 거문고 역시 오동나무로 속을 비워 만들었습니다. 우리 민속악기로서 우리 가락을 이어가는 가야금과 거문고를 만드는데 오동나무로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향이 잘 진동하며 말라도 틈이 생기지 않고 좀이 먹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악기재료로 이용했습니다. 오동나무는 옛말로 머귀라고 했는데, 한자 머귀 오(梧)와 머귀 동(桐)을 써서 오동나무라고 한답니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연하며 명주실 같은 광택이 있고 재질이 균일하여 매우 아름답습니다. 또한, 뒤틀리지 않으며 불에 잘 타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기 때문에 악기재료로는 참 좋습니다. 음향 전도도 잘 되고 가공이 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흡습성이 없고 내화성이 강하며 방충효과도 있어 귀중한 문서나 서화를 넣어두는 문갑이나 장롱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므로 심은 지 10년이 되면 목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마찰에 강해 책상•장롱 등 가구를 만드는 좋은 재료이기도 하죠. 예전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혼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단풍나무는 예쁜 잎뿐 아니라 멋진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 재료로도 사용됩니다>


소리와 관련해서 콘서트홀, 현악기, 목관악기의 3가지 경우 공통적으로 쓰이는 좋은 나무가 단풍나무입니다. 단풍나무는 적당한 무대, 적당한 단단함 때문에 콘서트홀의 무대재료로나 바이올린의 뒤판 재료, 리코더를 만들기에 좋습니다. 바이올린의 앞판은 자유롭게 진동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뒷판은 악기 전체의 역학적 구조를 견뎌내는 대들보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겁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단풍나무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이남의 산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요. 새의 깃털 같은 잎은 봄에 붉은색과 녹색이 명암을 이루는 색깔로 돋아나고, 가을에 자줏빛이 도는 붉은색으로 바뀌어 장관을 이룹니다. 잎은 마주나고 5-7개로 갈라져 원형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갈라진 조각은 넓은 피침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톱니가 있으며 길이 5-6cm 정도 됩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는 대개 2가지 종류의 나무로 만드는데, 뒷판이나 옆판, 브릿지 그리고 목은 단풍나무를 이용하고, 앞판과 베이스 바, 그리고 사운드 포스트는 가문비나무를 재료로 합니다. 


<가문비나무입니다. 감동을 주는 울림이 나오는 나무이기도 하죠 / 출처: 나무와 문화연구소


가문비나무는 우리나라 중북부의 깊은 산, 높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높이는 최대 40m, 지름은 1m 까지 자라며, 잎은 1, 2㎝ 길이로 편평한 선형이며 끝이 뾰족합니다. 높고 추운 곳이 아니면 좀처럼 살기 힘든 나무로 보통 500∼2,300m까지의 산지에서 살지요. 우리나라에선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 등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잎이 작고 치밀하여 분재로 많이 사용하는데요. 목재의 재질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결이 곱기 때문에, 산촌에서는 토막집을 짓고 문틀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추운 지방에서 사는 가문비나무는 조직이 더 촘촘하고 단단하기 때문에 잘 휘지 않아 탄력이 좋은 목재로 사용됩니다. 세계적인 현악기를 만들었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었던 계기도 1700년 전후에 날씨가 추워져 이탈리아 가문비나무들 목질이 단단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 때와 같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이유는 추위에 얼어붙었던 가문비나무를 구하지 못해서라고도 하네요. 




전세계적으로 많은 악기들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더 좋은 소리, 깊은 울림을 전해줄 수 있는 악기를 만들기 위해 나무들도 잘 가꾸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