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숲' 뮤비 속 자작나무 숲 알고 보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연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같은 장소여도, 어떤 계절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 주죠. 자연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으며 고유한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데, 우린 이러한 정취를 느끼려 계절별 여행지를 찾아 떠나곤 하죠.

지금같이 추운 겨울이면 하얀 설원을 즐기려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눈이 수북이 쌓인 하얀 설원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인데요. 오늘은 겨울 여행지로 최적의 장소이며, 요즘 대세인 ‘힐링’에 최적인 장소를 하나 소개해드릴까 해요.

서울에서 버스로 약 3시간 거리, 인제읍 남면 원대리 원대봉(684m) 자락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은 시베리아를 무대로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인제국유림관리소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ha에 자작나무 690,000본을 조림하여 관리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장소이죠. 자작나무숲의 탐방은 산불조심기간(봄철 2월 1일~5월 15일, 가을철 11월 1일~12월 15일)을 제외한 연중 입산이 가능합니다.

<인제읍 남면 원대리에 위치한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 출처: 산림청>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은 2009년부터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급증하자 산림청에서 탐방로 3개소(3.5km), 숲 속 교실, 목교, 전망대 등을 조성하였습니다. 2008년에는 숲의 일부를 ‘숲 속 유치원’으로 꾸며 아이들이 숲 선생님과 함께 타잔 놀이, 외나무다리 걷기, 꽃 이름 알기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죠.

 

 

<출처: 네이버 뮤직 - 이승기 '숲' 뮤직비디오 화면 캡쳐>

 

혹시 알고 계셨나요?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얻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씨도 이곳 자작나무숲과 깊은 인연이 있답니다. 바로 지난해 발표한 이승기씨의 5.5집 미니앨범에 수록된 곡 '숲'의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찍은 것이죠. 순수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이승기씨 뒤로 펼쳐진 순백의 자작나무들. 정말 멋진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는데 많은 도움을 준 자작나무랍니다.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면 잠시나마 번잡했던 세상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요. 이러한 자작나무숲을 겨울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 북풍한설을 그대로 받아내는 자작나무의 뽀얀 살결이 수북이 쌓인 눈과 어울려 극한의 겨울 정취를 뽐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작나무를 만나러 가기에 앞서, 우선 자작나무에 대해서 알아야 하겠죠? 자작나무! 하면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죠? ‘휘바~ 휘바~’ 바로 ‘자일리톨’입니다. 자작나무, 떡갈나무, 옥수수, 벚나무, 채소 등에서 추출한 천연 소재의 감미료를 자일리톨이라고 하는데, 그 중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을 으뜸으로 하고 이를 이용해 충치를 예방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껌이나 치약에서 이 성분이 자주 사용되죠.

<마법과 같은 공간이 펼쳐지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 출처: 공감코리아>

이외에도 나무의 질이 좋고 썩지 않으며, 벌레가 먹지 않아서 건축재·세공재·조각재 등에 많이 사용됩니다. 껍질은 벗겨 종이처럼 글을 쓰거나 땔감으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도 자작나무의 껍질이죠. 한방에서는 껍질을 백화피(白樺皮)라 하는데, 약재로 이용합니다. 차고 쓴 기운을 가졌고, 해열·해독·소종(消腫)·이수(利水)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관지염·간염·편도선염 등 각종 염증과 이질·설사·습진 등에 치료제로 쓰입니다.

<자작나무로 만든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수액에는 미량원소, 비타민, 당류, 단백질, 산의 성분이 들어있어 산만한 정신과 피로, 우울증에 의한 나른함과 비타민 결핍증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불을 붙이면 나무껍질의 기름 성분 때문에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탄다고 하여 ‘자작나무’라고 부릅니다. 하얀 피부와 가늘고 길게 뻗은 겉모습만 보고 연약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속은 굉장히 강한 나무랍니다.

<태백 화방재 자작나무숲 –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높은 산악지대나 추운 지방에서 주로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이 사람의 손에 의해 조림된 것입니다. 인제군 원대리와 응봉산(수산리 일대), 횡성 자작나무 미술관 등 깊은 산속에서 고혹적이고 낭만적인 자작나무 숲 풍광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고원지대인 태백시에서도 곳곳에서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는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죠.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갈라진다는 삼수령 아래, 정선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 고갯길, 한강 최상류 광동댐으로 가는 길 원동마을 길가에도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자작나무는 하얀 나무껍질과 특이한 수형, 버릴 것 하나 없는 쓰임새 덕분에 ‘숲 속의 귀족’ 또는 ‘숲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죠. 새하얀 껍질을 잘 벗겨서 순수한 사랑의 편지를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사랑의 나무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동유럽과 북아시아의 슬라브족은 자작나무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준 신의 선물로 여겨 집 주위에 자작나무를 심어 나쁜 기운을 막았다고 해요.

매서운 한파로 우리를 괴롭히던 겨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한겨울에 비하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데요. 겨울이 가기 전에 자작나무숲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요? 잎이 떨어져 헐벗은 겨울이면 진정한 멋을 뽐내는 자작나무가 시린 겨울에 지친 여러분을 포근하게 안아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