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지에는 “도심 수목원의 산책이 남자대학생의 심리적 안정에 미치는 효과” 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일부 남자대학생을 대상으로 도심 수목원 산책이 심리적 안정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인데요. 결과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여학생도 아니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자대학생’과 ‘도심수목원’을 연결지어 연구해보겠다는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도심 수목원 산책’이 혈기 넘치는 남자대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에까지 도움이 된다는데 그 효과는 알만하시겠죠? 일주일 내내 쌓인 스트레스로 머리는 무겁고 무더위와 장마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주말 아침, 수목원 산책은 어떠세요? 도심에서 가까운 수목원 세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69종의 장미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장미원입니다>
*사진출처: 푸른수목원 홈페이지 (홈페이지)
2013년 6월, 문을 연 푸른수목원을 먼저 둘러볼까요? 서울의 서남쪽 구로구 항동 일대 10만 3천㎡의 부지에 조성된 푸른수목원은, 한때 산업화와 고도성장 속에 공단지역이 밀집하면서 난개발로 훼손되었던 경관을 복원해달라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서울시가 조성한 수목원입니다.
기존의 항동저수지와 어우러진 1,70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25개 테마원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7월말부터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식물에 대한 교육, 계절강좌 체험 등을 계획하고 있고 특히 도시정원사 양성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습지와 관련된 모든 학습이 가능한 가람자리 수생식물원입니다>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조성한 이 수목원은 푸른 서울 만들기의 하나로 서남권의 대표공원이라 할수 있습니다. 현지 지형을 거의 그대로 살려 완만한 경사를 이루기에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어디든지 다닐 수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협소한 주차공간이나 더위를 피할 만한 그늘이 부족한 것 등, 불편한 점들도 눈에 띄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서울의 대표 수목원으로 자리잡아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평소 수목원에 관심이 많은 관람객이라면 가장 최근에 조성된 푸른수목원이 기존의 시설, 테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주차요금은 있지만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 중이라고 하니 꼭 방문해보세요.
<물속, 물가, 물위의 식물로 조성된 수생식물원입니다>
사진출처: 물향기수목원 (홈페이지)
경기도 오산시에 자리한 물향기수목원은, 약 10만 평의 부지에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란 주제를 가지고 조성되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관련된 습지생태원, 수생식물원, 호습성식물원과 한국의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중부지역자생원 등 다양한 20개 테마원에 1,700종의 식물 을 볼 수 있습니다. 차별화된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요.
<물향기 수목원의 아름다운 꽃들, 참나리와 수련이 피어있네요>
수목원 곳곳에선 2006년 5월 개원한 이래 꾸준히 심고 가꿔온 나무와 꽃들이 계절에 맞춰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쪽 살구나무에 살구가 주렁주렁 달리고, 저쪽 연못에 연꽃이 피어나는가 싶으면, 또 다른 쪽에선 어느새 끝물인 물싸리가 시들어갑니다.
<보기만해도 시원해보이는 물향기 수목원의 메타세콰이어 길입니다>
동남아 아열대식물을 사계절 볼 수 있는 물방울온실도 있고 나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잠자리 등 곤충생태원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생태체험학습을 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식물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한 토피어리원도 특색 있고요.
한 가지 더, 자원봉사자가 진행하는 수목원 해설 프로그램(무료)을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해두면 보다 유익한 관람이 되실 겁니다. 단, 해설프로그램은 방문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주세요.
문의는 물향기 수목원 031-378-1261, 방문자센터는 (홈페이지) 입니다.
사진출처 :벽초지 문화수목원 (홈페이지)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자연생태계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친환경적인 식물 수목원 입니다. 2005년에 개원한 이 수목원에는 자생식물 600여종, 수생식물 70여종, 관목 200여종 등의 식물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연 생태계에 가까운 형태로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로맨스가 필요해2’의 한 장면입니다. 아름다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사진출처: 벽초지 문화수목원 (홈페이지)
여러 드라마와 CF를 통해 많이 알려진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곳곳엔 눈에 익은 장소가 많습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한석규)이 이신적(안석환)과 밀담을 나누던 정자,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의 주인공 윤석현(이진욱)이 반지를 건네며 청혼하던 주목터널길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즐거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아름답게 조성되어있는 벽초지 문화수목원의 정원입니다>
또한 식물원은 “캐슬 캐이트”라는 높고 큰 문을 경계로 한쪽은 한국식 정원, 다른 한쪽은 서양식 정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요. 주제별 정원과 산책로, 연못, 잔디광장, 휴게소, 체험학습장이 다채롭게 배치되어 있어 꽃과 풀이 한창인 요즘 벽초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눈이 호강한 느낌이 듭니다. 돗자리는 반입이 안되지만 도시락은 가능하니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가벼운 소풍을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벽초지 문화수목원만으로는 아쉬우시다면 임진각 공원이나 프로방스 마을, 헤이리 마을 같은 파주의 다른 관광지도 함께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가 오는 날 더욱 아름다운 벽초지 수목원입니다>
바람직한 수목원 관람객이라면 염두에 두어야 할 유의사항을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수목원에 가기 전, 한 번 유념해보시면 어떨까요? 행복해야 할 주말 나들이가 과태료 문제로 시끄러워지는걸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랍니다.
- 수목원내 식물(열매, 종자, 나물류 등) 채취 및 시설물의 훼손을 삼가 해 주세요.
- 물고기, 올챙이 등의 수생생물 및 곤충의 포획 채집을 삼가 해 주세요.
- 관람 구역 외엔 출입을 하지 말아주세요.
- 흡연, 음주, 고성방가, 취사행위는 불가합니다.
- 식사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합니다.(간단한 도시락만 반입 허용)
- 일반적으로 수목원에는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개인 관람 중 발생한 쓰레기는 관람객이
다시 꼭 가져가 주세요.
- 화기물, 자전거, 운동기구, 동물이나 식물 채집기 등(곳에 따라 애완동물 포함)의 반입이
불가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가 살아있는 곳 그리고 예술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수목원에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너무 멀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도심 속 수목원에서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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