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껍질 때문에 ‘숲 속의 귀족’으로 불리는 자작나무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영화 닥터지바고의 배경도,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묻힌 곳도 자작나무 숲입니다. 뜨거운 햇빛 사이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눈에 들어오는 하얀 나무와 푸른 잎은 놀라운 조화를 이루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데요. 오늘은 엽서에서 본 듯한 풍경들로 가득한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숲을 찾아가봤습니다.
<하늘로 쭉 뻗은 자작나무 옆을 걸으며 답답했던 마음이 있었다면 내려놓고 오세요/ 사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조성한 인공 숲입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서울 여의도공원 두 배 넓이인 138㏊입니다. 1974년부터 1995년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 자작나무 69만본을 조림하고 관리해왔습니다. 자작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속성수인데다 쓰임새가 많고 비교적 병해충에 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숲의 일부인 약 25㏊에 이르는 자작나무숲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었지요.
오늘의 목적지인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3.5km 정도의 임도를 걸어야 합니다. 숲길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이어져 형성되었다면 임도는 정부의 산림 정책에 의해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길이죠? 숲길은 다소 거칠다면 임도는 잘 닦여 있다는 장점이 있죠.
시작은 입구에서 약 3.5㎞ 이어진 임도 트레킹에서 시작되는데요. 숲길관리센터를 지나 자작나무 숲까지는 약 1시간이 걸립니다. S자 형태의 경사가 완만한 임도를 따라 걷습니다. 그늘이 없다는 것이 약간 힘들지만 지루하거나 힘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길섶에는 보랏빛 꿀풀과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를 비롯해서 기린초와 초롱꽃 등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이 가득합니다.
<곧게 뻗은 자작나무들이 빽빽한 숲길을 걸어보세요. 마음이 한껏 편안해질 것입니다>
꽃만 바라보며 가도 충분히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임도, 자작나무숲을 1km 남겨두고 실계곡에 이르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햇빛 걱정 없는 오솔길을 걷습니다. 시원해진 길을 걸으며 여기저기 볼거리 먹을 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줄딸기와 처녀치마, 쥐오줌풀까지 수많은 것들이 있지요.
꽃과 풀에 빠져 있을 때 저 멀리 언뜻언뜻 보이는 하얀나무!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는 자작나무숲에 들어가기 위한 길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됩니다. 마치 막이 오르는 무대를 보는 것처럼 한 순간에 자작나무숲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절로 탄성이 나오는 풍경입니다.
임도 주변에는 별다른 인공시설이 없어서 한적함을 즐기며 자연을 경험할 수 있고, 숲 너머에 계곡과 폭포도 있어 땡볕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 앉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겨울에는 노루나 고라니 같은 산짐승들의 발자국도 볼 수 있다고 하니 깊은 산골이 확실하네요.
원대리 자작나무숲에는 자작나무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 빽빽한 나무들의 숲의 정취를 느끼기 좋고,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너비여서 아늑하고 조붓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산골이라 누구의 방해도 쉴 수 있습니다.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에 비칩니다. 숲 안에서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지요.
<자작나무숲의 초입입니다. 자작나무의 속삭임을 들으러 함께 가보실까요?/사진:산림청>
자작나무숲 초입에는 길가에 너른 공터와 그 옆에 이정표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서 있었습니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고 새겨진 이정표입니다. 숲 속에는 세 개의 탐방로가 있습니다. 1코스는 자작나무코스, 2코스는 치유코스이며, 3코스는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탐험코스죠. 자작나무숲길은 순환 코스가 아니라 코스 별로 끝까지 가면 돌아와야 하며 1코스 0.9km, 2코스 1.5km, 3코스 1.1km입니다.
1코스는 일상에 찌든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리고 자작나무의 향기를 즐기기 안성맞춤입니다. 가끔씩 눈부시게 하는 햇살까지 완벽합니다. 기분 좋게 걷다 보면 자작나무숲 한가운데에는 작은 쉼터와 광장이 있고, 숲 속 유치원 시설인 자작나무그네와 정글, 외나무다리가 있습니다. 아이처럼 나무 그네에 매달려보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도 합니다. 치유코스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자작나무군락이 끝나고 소나무 숲이 이어집니다.
2코스인 치유의 길은 다시 임도와 만나는데 그 길을 거슬러 올라 500m쯤 가면 자작나무숲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3~4시간 정도의 숲길 걷기를 끝내면 출발할 때보다 훨씬 편안해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자작나무숲을 걷으면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인제군>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멋진 풍경의 수산리 응봉산도 원대리와 함께 강원도 자작나무 숲 명소 로 꼽힙니다. 산과 물이 마을 풍경의 시작이자 끝에 있다고 해서 이름붙은 수산리(水山里) 응봉산의 자작나무숲길 트레킹 코스는 인제자연학교에서 시작합니다. 수산천을 따라 30분 정도 산길을 오르다 보면 무학골마을과 자작나무 오토캠핑장을 지납니다. 응봉산 산허리를 끼고 도는 임도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자작나무를 만나러 가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1996년에 조성된 임도로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는 해발 580미터 고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임도 정상에서 조금 더 걷다 보면 여의도 2배 정도 되는 규모의 자작나무숲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납니다. 산이 깊고 숲의 규모가 큰 탓에 높이 올라 숲 전체의 풍광을 내려다보기 아주 좋은 곳인데요.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저 멀리 보이는 설악산까지 마음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그 아래로 보이는 자작나무 숲은 한반도의 모양을 하며 산비탈을 채우고 있는데, 그 역시 장관입니다. 전망대에서 충분히 경치를 감상하고 다시 시작점인 인제 자연학교로 돌아오는 총 12.5Km, 소요시간 4~5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자작나무숲 전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데 대략 11km 거리가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안전한 숲길 트래킹 요령]
1. 트래킹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2. 걸을 때 등산화 바닥 전체로 지면을 밝고 안전하게 걷는다
3.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한다
4. 호흡은 자연스러운 것이 좋으며 입과 코를 적절히 사용해서 호흡한다.
5. 일정한 간격을 두고 휴식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 만들어보세요 /사진: 산림청>
20∼30m 높이로 자라는 자작나무는 햇빛을 흡수하기 위해 높은 가지인 우듬치를 빼고 다른 모든 가지는 스스로 도태시킵니다. 그만큼 단단한데요. 그러다 보니 개마고원에 살던 옛사람들은 자작나무로 움막을 짓고, 자작나무 껍질로 지붕을 얹었습니다. 산삼을 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고이 보관했고, 숨을 거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여 땅에 묻혔다고 하죠. 사람의 삶과 함께한 자작나무로 가득한 숲이 원대리와 수산리에 있습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주소는 인제읍 원대리 산 763-4입니다. 승용차를 이용하신다면 서울 양양고속도로->동홍천나들목->44번 국도(인제방면)->남전교 직전 우회전-> 인제종합장묘센터 표지판 지나 원대리 산림초소에 가면 도착입니다. 버스를 이용하신다면 동서울이나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인제행 버스 탑승! 인제에 도착한 후에는 원대리로 가는 버스를 이용합니다.
수산리 자작나무숲은 강원도 인제군 남면 수산리입니다. 승용차로는 춘천 고속국도 동홍천 나들목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신남시외버스터미널에서 46번 국도로 갈아타면 수산리 방면 길이 나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신남터미널로 가시고, 택시를 타면 10-15분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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