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을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옥상은 안테나나 에어컨 실외기 사이에서 연기를 뿜고 있는 흡연자들이 모여있는 콘크리트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옥상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친환경 도시녹지 공간을 늘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도시를 푸르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거든요. 특히 여름에는 옥상에 정원을 가꾸는 것만으로도 실내 온도가 최대 4도가량 내려간다고 하니 더욱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전력이 부족할까봐 조마조마한 요즘, 아름드리 나무처럼 시원한 도시를 만들어줄 수 있는 옥상정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의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2도 이상 올랐는데요. 최근 50년 사이 서울 땅의 절반이 아스팔트 등으로 비를 머금을 수 없는 불투수 면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면적이 줄어들어 비가 와도 빠른 속도로 한강으로 흘러가버립니다. 이 때문에 여름철 도심 열섬현상이 발생하게 되죠. 도심 열섬현상을 해결할 방법, 작은 녹지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도시숲이나 공원, 옥상정원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요.
옥상에 화초를 가꾸면 건물표면의 온도가 콘크리트 표면온도와 최대 8도까지 차이가 납니다. 특히 들풀이나 이끼 같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혼합초로 꾸몄을 때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서울시와 (재)서울그린트러스트, 동국대와 옥상공원 247곳을 대상으로 현장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옥상녹화된 건물의 아래층 실내온도는 일반건물보다 0.2~0.5℃가량 낮고, 습도는 2.6~3.1% 정도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옥상녹화가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따라서, 옥상공원을 조성하면 여름기간(6~9월) 동안 냉방비가 약 7356원/㎡(월평균 1839원/㎡) 가량 줄일 수 있고, 겨울기간(11~3월)에는 약 4180원/㎡(월평균 836원/㎡) 가량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옥상정원은 만들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설치하려는 건물이 기존 구조인지 신축구조물인지 살펴봐야 하죠. 기존 건축물인 경우는 가능한 허용 적재하중 범위 내에서 시스템을 적용하고, 신축건물은 사전에 설계에 반영해야 합니다. 기존 구조물의 경우 설계된 허용중량을 점검하고 구조안전진단 등을 통해 설치 가능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사진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페이스북>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은 정부세종청사에 있습니다. 1동부터 6동까지 옥상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 사무실 어디서나 올라갈 수 있다고 하죠. 나무 12만 그루, 맥문동 등 초본류 63만 포기가 자라고 있는 데다 2014년 완공되는 2단계 청사와 2015년부터 짓는 3단계 청사의 옥상이 하나로 연결되면 길이만 3.7㎞에 달합니다. 바닥에는 흙과 잔디가 있고,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습니다. 꽃이 있고 새가 날아다니며 예쁜 조경석도 많이 있답니다. 봄과 가을에는 경치를 감상하고, 여름에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놀라운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보안상의 문제로 시민들에게 개방이 되고 있지 않으나 보안시스템 안정화를 전제로 시민개방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옥상정원은 도심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다양한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한강변이라 근처 국회의사당과 남산타워, 한강, 63빌딩, 북한산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현재 옥상정원에는 소나무, 옥매화, 구상나무, 산철쭉 등은 물론 수선화, 비비추, 붓꽃 등 다양한 꽃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로펌’, 영화 ‘키다리 아저씨’ 등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는데요. 특히 대형빌딩 옥상정원과 달리 접근하기 쉽고, 낮은 난간으로 주변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은 휴식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으며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입니다.
강북문화예술회관 옥상에는 북한산의 자연경관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잔디나 숙근초, 1년초 등의 초본이나 지피식물, 관목, 교목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신축건물에 적합한 관리집약형 옥상정원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죠. 강북문화예술회관의 옥상정원 이용시간은 9시부터 저녁 5시까지이고, 일요일이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겨울에는 개방하지 않습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가깝습니다.
<서울대 공대 옥상이 점점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함께 하는 옥상녹화! /출처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 블로그>
서울대 공대 연구실에서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신개념 옥상정원을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연구실이 있는 공대 건물 옥상의 절반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눠 꽃밭, 나무정원, 잔디밭, 텃밭 등으로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개방했습니다.
일반적인 옥상정원이 가운데가 높고 가장자리가 낮은 '볼록형'구조인데 반해 서울대 옥상정원은 물을 모을 수 있는 '오목형'입니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고 가장자리가 높아 빗물이 중앙으로 모이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정원의 식물이 고인 빗물을 빨아들여 별도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옥상정원의 식물과 흙으로 인해 직사광선이 건물로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건물의 난방이나 냉방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예상한답니다.
옥상정원은 별도의 토지를 구입하지 않고 기존 공간을 활용해서 적은 비용으로 녹지를 늘릴 수 있습니다. 열섬현상을 막을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어 도시인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될 것 같은데요. 옥상 정원이 있는 건물에 다니는 직장인들 중에 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한다고 하는데요. 도시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시원하고 촉촉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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