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사추세츠 주 근처에는 월든(Walden)이라는 작은 호수가 있습니다. 물이 어디로 들어와서 나가는지도 파악하기 힘든 신비한 호수이지요. 이곳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오두막을 짓고 숲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소로우의 대표작 ‘월든’이 탄생합니다. 그는 숲 속에 들어간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숲은 사람을 간결하고 맑게 만들고, 결국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소로우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숲이 있을까요? 오늘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숲길 세 곳을 안내하겠습니다.
<녹색의 향연입니다. 곧게 뻗은 명품소나무 금강소나무와 함께 하는 길, 상쾌하네요 /출처: 금강소나무길>
처음 소개해드릴 숲길은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입니다. 산림청에서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로 지난 2009년 이후 총 3개 구간을 조성되었는데요.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내에 조성되었습니다.
이 길은 옛 보부상들이 울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 소금 등을 지게에 지고 내륙지역으로 나르던 곳입니다. 서민의 애환이 담겨 있는 이 길에는 소나무가 길을 따라 병풍처럼 서 있고 멸종위기종인 산양도 살고 있는 생태문화자원의 보고입니다. 태초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은 겨울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산불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폐쇄했었죠. 그러다 올해 5월에 다시 개방되었는데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습니다. 1,3구간은 하루 80명, 올해 처음으로 개방된 2구간에는 주말에만 20명만 걸을 수 있습니다. 2구간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돌배나무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1만5천여 명이 걸은 국내 명품 숲길입니다.
탐방인원을 제한하고 주민이 숲해설가로 참여하며, 전통주막과 민박 등을 공동 운영해 소득을 분배하고 있어 국내 공정여행의 좋은 예로도 꼽히고 있답니다. 숲길 탐방은 전 구간에 숲해설가가 함께하며 홈페이지(링크)를 통해 사전 예약제로 접수합니다!
<제주도 사려니숲길의 나무에는 오랜 시간을 담겨있는 듯합니다 /출처 제주관광공사>
시간과 바람과 물이 만들어낸 환상의 섬 제주도에는 특별한 숲이 있는데요. 2002년 유네스코에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한 사려니 숲길입니다. ‘사려니’라는 이름은 ‘사려니오름’에서 따온 말인데, ‘사려니’는 제주 사투리로 신성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살’에다 안(內)의 합성어인 ‘살 안’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 남원읍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져 있는데요. 과거에는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주민들이 왕래하는 용도로 이용되던 것을 2009년 5월 숲길로 조성하여 ‘힐링’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산소의 질이 가장 좋다는 해발 500~ 600m 지대에 걸쳐 이뤄진 사려니 숲길은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1천종이 넘는 나무들과 사려니 숲길을 대표하는 삼나무 군락지는 사려니 숲길이 왜 명품숲길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사려니 숲길의 총 거리는 약 15km로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면 6시간 정도 걸리고, 트레킹 코스에 따라 2~3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코스를 완주하려면 중간 지점에 한남시험림 삼나무 조림지를 통과해야 하지만, 평소 이 구간은 숲의 보호를 위해 통제구간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으니 사전에 꼭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시에는 간혹 개방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 탐방 2일전까지 사전 예약 후 서성로 방면의 한남출입구를 통해 입장할 수 있지요. 사려니 숲길을 걷다 보면 예약된 일반인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치유와 명상의 숲-월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삼림욕을 통해 심신의 쾌적함을 느끼며 숲 체조와 명상을 즐기는 공간입니다.
사려니 숲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고 대부분의 길이 평지여서 초보자가 걷기에 좋고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걷기에 좋습니다. 또한 숲길을 걸으며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인 매, 팔색조 등을 만날 수 있고, 도착지점인 사려니 오름에 이르는 동안 참꽃나무숲’ ‘치유와 명상의 숲’ ‘서어나무숲’ 등 곳곳에 조성된 테마공원을 만나는 것도 걷는 즐거움을 더하는데요. 더운 여름 맑은 바람으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사이로 걸으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고 편안해집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
이번에 소개해드릴 길은 사람들의 숨결이 스며있는 역사적인 길입니다. 문경새재 과거길인데요. 선비들이 과거 보러 가던 길인 문경새재 과거길은 험준한 백두대간 사이로 뻗은 흙길로, 과거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나는 새도 쉬어 넘는 고개라는 뜻인 새재는 조선 태종 때에 만들어진 길인데요. 지금은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시작해 고갯마루의 조령관(제3관문)까지 6.5㎞가 과거길로 조성돼 한 해 100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사랑을 받는 길로 명품숲길입니다.
문경새재 과거길를 걷다 보면 돌로 쌓은 성문인 주흘관을 시작으로 드라마 <태조 왕건>을 촬영했던 KBS 세트장, 옛 관리들을 위한 숙박시설이었던 조령원터, 경상도 감찰사 이취임식이 열리던 교구정 등과 마주하게 됩니다. 옛길과 관련된 유물과 사료가 많아 과거길 탐방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급제를 기원하던 책바위를 지나 조령관이 서 있는 새재 고갯마루에 도착하면 조성된 과거길은 끝이 납니다. 하지만 수옥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조령산 자연휴양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걷기 알맞은 숲길입니다. 과거길을 걸으며 옛 정취에 푹 빠져 보세요!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휴가 어디로 떠날지 고민이시죠? 지금까지 소개 해 드린 국내 명품 숲길를 찾아 보세요. 빼곡히 들어차 있는 나무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녹색의 향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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