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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임업백서

자작나무서 자라는 차가버섯! 암, 당뇨에 좋다던데?

 



오래 전부터 암환자들에게 약으로 쓰이던 차가버섯. 최근에는 당뇨, 고혈압, 성인병 등의 질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차가버섯은 러시아에서 민간요법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솔제니친’의 ‘암병동’이라는 소설을 통하여 세상에 널리 소개된 버섯입니다.

 


<차가버섯>

 

러시아에서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며 위궤양, 위암 등 소화기관 관련 병의 치료에 주로 활용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항암제, 당뇨병 등의 특효약으로 소개되고 있죠. 그렇다면 면역증강 및 항암효과에 뛰어난 차가버섯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처럼 신비한 효능을 갖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차가버섯의 효능과 재배 환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차가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 일반 식용버섯과 달리, 살아 있는 건강한 나무에 기생하며 자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건강한 자작나무(류)에 침입한 차가버섯 균은 변재부에 들어가 안정을 취한 후 자작나무 수액을 흡수하며 기생하죠. 쉽게 말해, 차가버섯은 자작나무에 큰 균핵 덩어리를 만들면서 자작나무에 피해를 주는 병원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가버섯 균에 감염된 나무를 잘라 보면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균사가 나무의 껍질 밑에 얇고 넓게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균사가 충분히 자란 후에는 자실체를 만들게 되는데요. 일반 버섯과 같은 갓 모양의 자실체가 아니라, 상처의 딱지 같은 독특한 모양의 자실체를 만듭니다. 자실체의 겉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으로 균열이 심하게 나타나며, 균핵의 안쪽은 노란색이나 황갈색을 띠고 있죠.

 


<차가버섯이 자라는 자작나무 숲>

 

북유럽, 러시아, 중국, 캐나다, 일본(북해도) 등 추운 지역의 자작나무숲에서 주로 생산되는 차가버섯은 2005년 한국버섯학회지 보고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채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일부 버섯 채취자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온대 북부지역이나 북한지역에서 적게나마 채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버섯은 살아 있는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이기 때문에 일반 버섯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재배가 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버섯(자실체) 자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차의 형태로 추출물을 활용하므로 버섯 재배보다는 균을 배양해 추출액을 제조,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어 왔죠.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가버섯 균핵에서 추출한 멜라민 성분과 균사 배양액에서 추출한 성분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차가버섯의 진정한 가치 발휘를 위해서는 버섯 자체를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차가버섯을 채취하는 모습>

 



차가버섯은 원래 기생균이지만 일반적인 버섯 균을 키우는 데 사용하는 감자한천배지(감자와 덱스트로오스<포도당의 일종>의 영양분과 한천의 고체화 성질을 이용하여 미생물을 배양하는 배지) 등 인공배지에서도 배양이 잘 됩니다. 특히 대부분의 활엽수 톱밥을 이용한 배지에서 균사가 잘 배양되죠.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차가버섯은 일반적인 버섯 재배방식으로는 생산이 되지 않아 인공배지를 이용하여 자실체 형성에 성공하였다는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팀은 기생성 병원균임을 고려하여 살아 있는 나무에 접종하는 방식으로 자실체 생산을 시도하였으며,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널리 심어진 자작나무를 대상으로 살아 있는 나무에 균을 접종하여 차가버섯 자실체를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자작나무에 접종하여 만들어진 차가버섯 균핵 접종 2년 6개월 경과 시점>

 


 

경기도 포천의 약 20년생 자작나무 인공조림지에서 실시된 연구는 원목재배용 표고버섯 종균처럼 톱밥배지에 배양된 차가버섯 종균을 살아 있는 자작나무 줄기에 접종하였는데요. 자작나무의 수액이 늦은 봄까지 분출되는 것을 감안하여 5월에 접종하였으며, 지상 1m 내외의 높이에 직경 12mm, 깊이 25mm의 구멍을 뚫고 종균을 접종한 후 스티로폼 마개로 입구를 막았습니다.

 

접종 1년 후, 약 25%의 접종 성공률을 나타내며 차가버섯 균사가 안정적으로 활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살아 있는 나무의 양분 흐름에 의존하는 탓인지 나무의 위아래로 균사가 널리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균사 활착이 된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차가버섯과 비슷한 모양의 균핵이 만들어져서 발달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크기는 직경 1.1~4.8cm, 높이 0.5~2.0cm 수준이었습니다.

 

<자작나무 인공조림지에 종균을 접종한 차가버섯 / 출처: 산림조합>

 

차가버섯 접종 3년 6개월 후 다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년 전보다 20% 이상의 부피 생장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약 5년 정도의 추가 시간이 지나면 주먹만 한 크기의 차가버섯 자실체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죠. 물론, 균핵의 생장속도와 크기에 따른 가격차이 등을 고려하여 경제적으로 적절한 수확 시기를 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생장속도와 수확시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언급하였듯이 차가버섯의 병원균은 자작나무에 침투하여 변재부에 흠집을 내기 때문에 용재(목재용으로 조림하는 나무)나 가구재 등 목재로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차가버섯을 건강한 자작나무숲에 퍼뜨리면 온 숲의 자작나무가 용재가치를 잃게 될 수 있죠. 다만, 차가버섯을 자작나무숲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병원균의 확대속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차가버섯의 생산과 동시에 자작나무의 용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둥이 되는 굵은 줄기보다는 일정한 크기 이상의 가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자작나무에서 차가버섯을 채취하는 모습>

 

자작나무는 온대 북부 또는 한대지역에서 모두 자라지만 온대 중부지역에 조림할 경우 단맛을 내는 수액 등으로 인하여 해충의 피해를 많이 입을 수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용재로 쓰이도록 키우기는 어려운 나무로, 조경용이나 수액 채취를 위한 나무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조림되어 있는 자작나무에 수액 채취를 위하여 구멍을 뚫어 용재로 사용하기 어렵다면, 차가버섯 균을 접종하여 10여 년 후 차가버섯을 수확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