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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길산책

태백산 겨울산행 이야기




아름다운 설경을 보기 위해 나선 태백산 겨울산행. 태백산은 초보자 산행코스로도 좋은 곳이지만, 혹한의 날씨 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답니다. 눈꽃이 맺히는 순간 절정에 이르는 태백산 주목의 위엄을 직접 느끼기까지, 태백산 겨울산행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겨울산행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인 태백산은 ‘천제단’이 자리한 곳이죠. 이번 겨울산행 목적지는 천제단이 있는 장군봉에 오르는 것! 유일사 매표소 앞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었답니다.



 

새벽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멈췄지만, 먹구름이 낀 매표소 입구에는 아직 기세가 등등한 찬바람이 전신을 휘감아 왔어요. 눈 덮인 태백산을 오르려면 장비가 정말 중요한데요. 눈길 위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젠’과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스패츠’를 준비했어요.


매표소에서 중간 지점인 유일사까지는 대략 2.3km 거리. 완만하던 길이 점차 경사를 과시하더니 초입을 지나서는 아이젠 없이 걸을 수없을 정도로 미끄러워졌어요. 다행히 미리 아이젠을 착용한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요.


 


하지만 끝없이 이어 지는 경사로는 점차 그 가파름을 더했고 숨을 턱에 차게 만들더군요. 먹구름 낀 날씨는 산을 오를수록 안개를 만들어 내며 시계를 어둡게 했고요. 끝없는 경사로를 오르다보니 아이젠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결국은 미처 유일사에 도착하지도 못한 채 수시로 멈춰 선채 숨을 가다듬어야 했어요.


변덕스러운 날씨가 발목을 잡다


안개는 점점 자욱해지더니 급기야는 10m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사방을 포위했어요. 물을 잔뜩 머금은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고요. 진눈깨비를 견디지 못하고 우의를 입자 체온이 빠져나가지 못해 땀이 비오듯 쏟아졌답니다. 겨우 태백산 유일사에 도착하고 나니, 이번에는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며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어 갔어요.


 


유일사 높이는 해발 1,200m. 매표소가 해발 900m라고 하니 이제 겨우 300m를 올라온 것인데 날씨는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였어요. 유일사에서 숨을 가다 듬는 동안 눈발은 더욱 거세졌고 안개는 짙어졌죠. 그래도 발길을 돌릴 수 없어 떼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내딛으며 겨울산행을 이어갔어요.


주목과 마주하다


유일사를 지나서도 한동안 경사로가 계속됐어요. 숨이 턱까지 차는 것을 가까스로 넘기며 능선으로 접어드니, 다행스럽게도 능선을 따라 난 길은 완만하게 이어졌죠.

 


그리고 이때부터 예술 작품 같은 주목이 하나 둘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오르면 오를수록 기온은 떨어졌고 눈이 주목에 쌓이면서 눈꽃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죠. 크고 작은 주목들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번호를 가진 보호수들이 적지 않아요.


걷히지 않은 안개가 아쉬웠지만,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검은 빛의 주목이 자랑하는 자태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어요. 태백산 설경과 눈꽃이 유명한 게 납득이 갔죠.


오랜 세월 바람과 눈, 비를 셀 수 없이 견디며 생명력을 이어온 주목은 한 그루 한 그루가 그야말로 하나의 역사(歷史)를 간직하고 있는 듯했어요.


천제단과 장군봉


 



마지막 오르막길을 넘어가니 드디어 눈앞에 태백산의 천제단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맑은 날 천제단 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 전경은 그야말로 운해 (雲海)를 연상케 한다지만, 이날은 5m 앞도 분간 못할 정도의 극심한 안개가 시야를 가렸죠.


오르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도했건만, 태백산은 끝내 안개를 거두지 않았답니다. 그나마 위안을 준 것은 안개와 함께 어우 러진 상고대의 풍경이었는데요. 상고대는 0℃ 이하로 급격히 냉각된 안개 물방울이 수목에 붙어 동결된 얼음으로 수빙(樹氷)이라고도 해요.


 


낮은 주목 군락지를 거니는 기분이 참 묘했어요. 안개에 몸을 맡긴 채 구름 위를 걷는 느낌 이랄까? 그렇게 한동안은 그 신비함에 빠져, 나중에는 안개가 걷히며 또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은 기대로 장군봉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죠. 


끝내 안개 장막을 거두지 않는 태백산을 뒤로하고 겨울산행 하산을 결정했어요. 내려오는 길, 주목의 풍경은 올라올 때와 또 달랐는데요. 아쉬움이 내내 발길을 붙잡았답니다. 너무나 아쉬웠지만, 운해(雲海)를 눈에 담는 것은 다음을 기약했어요.


태백산 겨울산행, 여러분도 꼭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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