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이야기


이제 내일이면 3.1절입니다. 3.1절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우리의 독립 의사를 세계에 널리 알렸던 3.1운동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3·1운동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가집니다. 헌법 전문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그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크죠. 

자주독립을 위한 열망은 1945년 독립이 되는 날까지 지속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많은 애국지사들이 희생되어야만 했습니다. 일제는 전국에 많은 감옥을 설치하여 독립운동가를 괴롭히고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대문형무소입니다. 

[경성, 평양, 대전형무소 (좌측 위부터)] 

일본은 우리나라의 식민 지배를 위해 탄압의 장소로 감옥을 지었습니다. 1908년부터 전국의 주요 도시에 본감옥과 그 산하의 분감옥들을 운영할 정도로 그 수가 굉장히 많았어요. 철도와 도로를 중심으로 설치하여 전국을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어 버렸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10월 개소한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감옥이었는데요, 일제 강점기 동안  가장 악명 높은 감옥으로도 알려졌어요. 많은 애국지사가 이곳에 수감되어 고문을 당해야만 했답니다. ㅠ.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 임시의정원 의원 여운형, 독립열사 유관순 등도 이곳에서 모진 수감생활을 했죠. 수형기록표를 전시해 놓은 방을 통해 서대문형무소에 얼마나 많은 독립운동가가 수감되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서대문형무소는 현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탈바꿈하여 애국지사들의 활동과 희생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는데요, 독립운동의 흐름과 수감된 애국지사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고초를 당했는지를 다양한 모형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특히 지난해에 개관한 여자 수감자들의 감옥 ‘여옥사’에는 유관순 열사의 고문 전 얼굴을 복원한 모습도 볼 수 있어, 그동안 알고 있던 유관순 열사의 진짜(?) 얼굴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


서대문형무소에서 꼭 봐야 될 곳 중에 하나는 투옥된 애국지사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사형장입니다. 1923년 5m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채 외부와 철저히 격리되도록 지어진 곳이죠. 

목조건물로 지어진 사형장 안으로 들어가 보면 교수형 집행을 위한 개폐식 마루판과 교수줄, 가림판 뒤쪽에 위치해 마루판을 밑으로 내리는 레버 장치, 마루판 아래 지하공간에 만들어진 시신 수습실 등 당시 모습 그대로가 재현되어 있어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2000년대 초반에는 뒤쪽의 깨진 유리창 사이로 사람의 형상이 촬영되었다는 소동이 벌어졌을 만큼, 죽어간 애국지사들의 아픔이 생생히 느껴지는 곳으로 보고 있으면 그 아픔이 전해져옵니다. 하지만 아프다고 외면하면 안 되겠죠? 그 역사의 현장을 보면서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몫이니까요. ^^

사형장 부근에는 서대문형무소에서 가장 스산하게 보이는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사형장 쪽으로 걸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나무로, 1923년 사형장 건립 당시 심어졌습니다. 수종은 미루나무로 9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애국지사들이 마지막으로 이 미루나무를 보았고, 일부는 나무를 붙잡고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원통함을 토해내야 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나무는 일명 ‘통곡의 미루나무’라고 이름 지어졌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통곡의 미루나무]

한편, 사형장 안쪽에는 같은 시기에 심어진 미루나무가 한 그루가 더 있어요. 하지만 눈으로 봐도 확연히 구분될 만큼, 잘 자라지 못했죠. 억울하게 죽어간 애국지사들의 한이 서려서 잘 자라지 못한 걸까요? 사형장 담장을 사이에 두고 다른 모습을 띠는 미루나무를 보면 독립운동가의 생과 사가 갈렸던 당시 그 먹먹한 순간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는 것은 잘못된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함이죠. 다가오는 3.1절,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애국지사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여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