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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가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 혈액순환 효능 탁월



계절은 참 신기합니다. 불과 한 달 전을 생각하면 불어오는 바람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죠. 산책하기 좋은 가을입니다. 이리저리 발길 닫는 대로 걷다 보면 은행나무가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사실 빙하기에서도 살아남은 엄청난 생명력을 지닌 나무입니다. 종자가 은처럼 희고 열매는 살구모양 같다고 해서 은행(銀杏)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은행에는 사람에게 이로운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하지요. 특히 한국의 은행나무는 다른 나라의 은행나무보다 유효성분의 함량이 최대 100배까지 많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는데요. 오늘은 다른 나라에서까지 탐내는 우리나라의 은행나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은행은 신선로 같은 고급 음식 또는 돌솥밥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은행의 독특한 맛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있죠? 은행을 익혀서 먹으면 폐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늘리며, 기침과 천식을 가라앉힌다고 합니다. 「본초강목」과 「중약대사전」에서도 은행의 효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심장의 기능을 돕고, 설사를 멎게 하며, 야뇨증, 냉증, 주독해소, 강장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나와 있습니다. 은행열매에는 당질, 지방질, 단백질 등의 성분을 비롯해서 카로틴, 비타민 A, B1, B2, C, 칼슘, 칼륨, 인, 철분 등이 많이 들어있고, 레시틴이나 아스파라긴산, 에르고스테롤 역시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단백질의 질이 좋고 소화 흡수가 잘되어, 예로부터 스태미나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은행은 폐결핵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습니다. 호흡 기능을 왕성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결핵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잎이나 햇순을 1회분 5~6g 기준으로 달여서 하루에 두세 번씩 5일 이상 마시면 기침이 멎고, 은행잎이나 줄기를 1회분 4~6g 기준으로 달여서 하루에 두세 번씩 4~5일 정도 마시면 가래가 없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애연가나 가수들이 평소에 규칙적으로 복용하곤 한답니다. 목에 가래가 끓는 경우 은행 양의 20배 되는 물을 붓고 1시간 가량 달인 물을 마시면 증상이 훨씬 완화됩니다. 



은행에 밤과 호두, 대추, 생강을 넣어 끓인 오과차는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신비의 명약입니다.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노인, 아이에게 오과차를 먹게 하면 호흡기 기능이 좋게 할 수 있고, 변비를 없애고 매끈한 피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에 윤기를 주고 비듬을 없애는 효과도 있고,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거나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은 은행을 볶거나 삶아 먹으면 좋습니다. 머리카락에 윤기를 내고 비듬을 없애는 효과는 보너스입니다. 특별히 호흡기나 폐에 문제가 없더라도 은행을 건강식으로 드시고 싶은 분들은 은행을 이용해 죽을 쑤어 먹으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은행열매만큼이나 사람 몸에 좋은 것이 은행잎입니다. 일본의 생물학 의학박사 나카가와 카즈히로가 쓴 <은행잎 그렇게 좋은 줄 왜 여태 몰랐을까> 라는 책에서는 은행잎의 효능으로 혈액순환, 혈관강화,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신장병, 치매, 알레르기, 피부 기미, 어깨 결림, 냉증, 생리통, 변비, 눈의 피로, 무기력, 고콜레스테롤, 건망증, 뇌혈전, 요통, 통풍, 노화예방, 불면증, 숙취, 피부미용 등을 꼽고 있습니다. 도대체 은행잎에 어떤 성분이 있길래 이 많은 병들의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요? 


은행잎에 들어 있는 강력한 약효성분은 플라보노이드와 징코라이드입니다. 식물색소인 플라보노이드는 혈액순환에 좋게 하고 혈전을 없애며 혈액의 노화를 막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뇌의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심한 현기증에 시달렸던 사람이 은행잎주를 한번에 25ml씩 하루에 두 번 마셨더니, 마신 지 한 달도 안 되어 현기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징코라이드에는 뇌 안에 있는 안 좋은 산소인 활성산소를 없애기 때문에 뇌세포를 지킬 수 있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은행잎은 피부에도 아주 좋습니다. 피부노화 억제나 건성피부를 보호해주는 징케틴, 얼굴의 잔주름을 막아주는 터페노이드 등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농성 여드름 피부에 효과적이죠. 모공을 조이고 잔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한 피부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은행나무는 도시의 여러 공해 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가로수로 많이 이용됩니다. 곰팡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힘은 실내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은행잎을 헝겊으로 싸서 집 안 구석구석에 두면 바퀴벌레 등의 해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오랫동안 보관해둔 책에 벌레 먹은 흔적이 있다면 은행잎을 끼워두세요. 은행잎에 들어 있는 ‘부틸산’이라는 화합물은 방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책벌레는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 수 있었던 끈질긴 생명력도 놀랍지만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많은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도 은행나무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은행나무는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거리를 걸으며 눈에 보이는 은행나무가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