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무에 대해 알려주세요.'
- 부드러움의 힘, 피나무



우리나라 목공예의 아름다움은 ‘부드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나고 각진 곳을 부드럽게 다듬어 낸 우리 목조 문화재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섬세한 손길에 감탄하게 되는데요.


불상의 섬섬옥수와 같은 손과 얼굴 또는 궐이나 한옥의 꽃잎 모양의 문을 조각할 수 있었던 것은 연하고 무른 성질의 나무를 재료 삼았기 때문입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목재의 역할이 큰데 물성을 아는 것이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 대표적 용재였던 ‘피나무’에 대해 알아볼게요!


(피나무와 피나무 수피)


다양한 쓰임새
피나무의 ‘피’는 껍질 피(皮)를 말합니다. 껍질에 그 특징이 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아름드리 피나무가 전역에 분포하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많이 수탈당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목재와 껍질이 쓸모가 많아 수난을 많이 당했습니다. ㅜ.ㅜ 현재로는 우람한 사이즈의 피나무가 드문 것이 현실이에요. 
 
피나무 하얀색 속껍질은 섬유로 이용되었는데 명주나 삼베보다도 질기고 수분에 잘 썩지 않는데요. 그물, 자루, 망태기 등을 만들었고 겉껍질은 지붕을 잇는 재료로도 쓰였습니다. 부드러운 성질로 인해 뒷간용 화장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문헌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피나무 목재의 특성은 연한 황색으로 가벼우면서도 결이 치밀하고 무른 성질과 함께 곧아서 예로부터 다양한 생활 가구로 많이 쓰였습니다. 조선시대 피나무의 대표적 쓰임새는 궤짝이었는데요. 빨리 자라고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여 구하기 쉬운 재료로써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궤짝도 대부분이 피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불상이나 불경을 얹어두는 상과 밥상, 교자상, 두레상을 만들기도 했어요. 국내의 전통 목각 재료는 주로 피나무 목재가 많이 사용됩니다. 재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뒤틀림이 없어 조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목조 문화재의 나무 꽃 조각은 그 섬세함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서대문이라고 알고 있으나 정확한 명칭인 돈의문 현판도 피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출처 : 가구 톡톡)


피나무는 바둑판의 재료로 유명한 비자나무나 은행나무 못지않았습니다. 표면의 탄력과 색상 대조의 장점은 비자나무나 은행나무보다 조금 못해도 바둑판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현재 바둑판을 만들 수 있을만한 굵은 나무가 드물어 피나무 바둑판은 가짜가 많다고 해요!

또한 피나무는 밀원식물로도 유명한데 5월은 아까시나무 꽃과 6월의 밤나무 꽃 그리고 7월은 피나무 꽃을 들 수 있습니다. 꽃자루에 달린 포의 독특한 생김새와 함께 나무 옆을 스치기만 해도 꿀 냄새다 진동하여 벌들이 많이 모여들어 서양에서는 비트리(Bee tree)라고도 불립니다. 목재로서의 쓰임새 뿐 아니라 가로수나 공원수로도 유럽에서는 많이 심어집니다. 


(피나무 열매)


피나무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보다 열매인데요. 주걱 모양의 포에 굵은 콩알 크기의 열매가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려 열립니다. 바람에 열매가 떨어지면 헬리콥터 날개처럼 빙글빙글 날아가는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간혹 피나무와 보리수를 같은 나무로 치는 경우가 있는데, 부처님이 수도했다는 인도보리수와 잎이 비슷한 피나무를 사찰에 심어 같은 나무로 전해진 잘못된 정보라는거! 그리고 사찰의 마당에 심어진 피나무 열매 속의 단단한 씨를 꿰어서 염주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피나무는 우리나라에 총 9종이 자생하는데 6종이 우리 고유종입니다. 모양이 비슷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어려운데요. 피나무는 장마철에 꽃을 피우는 특성으로 종자의 결실이 적어 발아율이 낮아 대량 증식이 쉽지 않습니다.
 
알면 알수록 좋은 나무인 피나무는 생김새와 쓰임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좋은 수목이었으나 아끼고 보호할 줄 모르고 베어내 쓰다가 이젠 숲에서 만나기 어려운 나무가 되어버린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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