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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임업인 인터뷰

황칠나무로 음료를 개발한 '황칠코리아'의 정현오 대표


예로부터 목공예품을 만들 때 색을 칠하거나 표면을 가공하는 용도로 황칠나무가 사용되었습니다. 황칠은 옻나무 수액을 채취해 칠하는 옻칠과 함께 전통적인 공예기술로 알려져 있죠.

황칠나무 표면에 상처를 내어 나온 노란 진액은 가구의 도료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이 황칠나무를 활용해 음료로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있어 숲드림이 찾아가 보았습니다. 바로 전남 강진에 위치한 황칠코리아입니다. ^^

황칠코리아는 남해 청정해역에 위치한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황칠나무로 음료, 원액, 식재료 등의 제품을 만들어 황칠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황칠나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구에 칠하는 도료만을 생각하지만 황칠코리아 정현오 대표는 식재료부터 약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황칠나무를 활용하여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실이 있기까지 10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1990년 중반, 그 당시 황칠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남해안 일대에 있는 섬에서만 자라는 고소득 작물이었어요. 그런데,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제품화시키기까지는 10여년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나무의 재배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죠. 많은 이들이 포기했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산 작물들이 우리 식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특산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만났던 것이 황칠나무예요.”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농촌을 평생의 일터로 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80~90년대, 많은 이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갔죠. 정대표도 농촌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도시로 떠날 계획을 세웠어요.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완고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어요. 

그는 시골에서 3~4년 방황의 세월을 보내다 우연한 기회에 황칠나무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10년 넘게 이어졌고, 그 사이 황칠나무의 우수성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역사적으로 황칠나무는 중국에 보내는 조공품이었던 탓에 '악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습니다. 국가에서는 수없이 많은 물량을 거둬들였기 때문에 이 나무가 많이 자라나는 서남해안 일대의 백성들의 고통은 심했죠.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황칠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게 밑동에 소금을 뿌리고 베어버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고유의 특산종인 황칠나무는 사람들이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갔어요. 그러다 약 20년 전부터 이 나무가 식용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다시 재배되기 시작했어요. 정 대표는 황칠나무 효능에 대한 믿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며 재배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황칠나무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나무에요. 피를 맑게 해 혈류·혈압·동맥·생리기능을 증진시키고, 간의 해독과 숙취, 피로 회복에도 많은 도움을 주죠. 또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노화방지, 피부미백, 주름방지 등의 미용에도 효과적이며, 면역력을 증진시켜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줍니다. 아울러 신경안정, 항균작용, 암세포 증식억제 등의 다양한 효능이 있어요.”


정 태표는 황칠나무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황칠을 도료로만 사용한다는 편견을 없애고, 식재료로 대중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황칠나무를 활용한 음료 개발이었습니다. ‘녹차처럼 잎차나 티백으로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경험하며 그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그렇게 정 대표와 직원들은 3년 이상 '황칠차'를 마셨습니다. 꾸준히 차를 마시자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피로감이 쉽게 느껴지지 않음을 느꼈죠.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직접 그 효능을 경험하자 본격적으로 황칠나무를 차로 만드는 일에 착수합니다. 봄철 새순이 올라올 때 순과 줄기, 가지를 따서 잘 건조시킨 뒤, 말린 재료들을 항아리에 넣어 3~4년 정도 발효시켜 ‘황칠차’를 완성한 것이죠. ^^

정 대표는 황칠코리아가 식재료 사업을 하는 기업인 만큼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 미래에도 견실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직’만이 최선이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황칠코리아는 올해 본사 부지를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에요. 사무실 앞쪽으로는 황칠나무 공원을 조성하고, 뒤쪽으로는 공장과 실습실을 건설해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


“백 마디 말을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낫잖아요. 사람들이 직접 황칠코리아에 방문해 황칠나무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만져도 보면서 직접 몸으로 느끼게 하고 싶어요. 이 나무를 재료로 한 음료, 원액, 음식 등을 개발해서 맛볼 수 있게 하고, 황칠 비누를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하도록 하면서 황칠나무를 세상에 알릴 거예요.”


정 대표는 황칠나무가 서남해안 일대에 가득 심어지고, 좋은 제품이 많이 개발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꼭 황칠코리아가 아닌 다른 기업이라도 명품 황칠 제품을 만들어 빛을 봤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입니다. 

정 대표는 불확실한 미래에 때론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묵묵히 때를 기다렸고, 이제 조금씩 길이 열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죠. 임업의 또 다른 가능성,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황칠코리아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황칠나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