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숲, 한남시험림

싱그러운 삼나무에서 풍겨오는 독특한 향기와 기분 좋은 흙 내음이 폐부에 스며들어 도시의 찌든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평온함만이 남는 이 곳, 제주 한남시험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산림과학연구를 위해 하루에 제한 된 탐방객들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한남시험림은 한라산의 남동사면 해발 300~750m에 위치해 있습니다. 최근 생태체험 숲길로 유명해진 사려니오름을 비롯해 거인악, 마분악 등의 오름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체로 평탄한 길이 이어져 있죠. 비가와도 물을 머금지 못하고 빠져버리는 용암지대가 대부분인 제주에서 한남시험림은 드물게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데요. 3,000mm에 달하는 강수량과 온대•난대•아열대 기후 특성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이곳은 삼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주요 임상으로는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굴거리나무, 흰새덕이 등 상록활엽수와 서어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분포하고 있어요. 또한 초식동물인 노루와 육식성 포식자인 오소리, 족제비 등 14종의 포유류와 긴꼬리딱새, 동박새, 큰오색딱다구리, 팔색조 등 80여종의 조류, 삼광조, 붉은해오라기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12종이 살고 있습니다.

<한남시험림에서 사는 팔색조(좌), 큰오색딱다구리(중), 비바리뱀(우)>

웬만한 성인 남성 3명이 팔을 뻗어야 겨우 둘레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 삼나무를 실제로 목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나무 수십, 수백 그루가 셀 수 없이 빽빽하게 숲을 채우고 있죠. 제주 한남시험림 삼나무 조림지의 첫인상은 그렇게 엄청난 크기와 규모로 다가오는 곳입니다.

하늘을 가릴 기세로 솟아오른 나무들 탓인지 숲에 첫 발을 들였을 때 느낌은 적막 그 자체인데요. 그러나 잠시 뒤 고요한 숲의 분위기에 동화가 되자 방금 전까지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귓가에 걸려들게 됩니다. 숲에 살고 있다는 팔색조를 비롯해 다채로운 소리로 지저귀는 산새의 소리, 나무의 잎과 잎이 부딪혀 바람의 존재를 일깨우는 듯한 숲의 목소리이죠. 숲 보호와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 길을 따라 걸으며 마치 병사들이 사열하고 있는 듯 가지런히 뻗어 올라간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목이 뻐근해 질 지경입니다. 허나 그 과정도 거치고 나면 모공이 열리며 피부가 숨을 쉬는 기분을 느끼게 되요. 몸이 가벼워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며 진정한 산림욕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사려니숲은 유네스코가 지난 2002년 지정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조화가 잘 어우려져 있는 곳입니다. 제주의 특별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최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사려니 숲길은 코스에 따라 2~3시간에서 5~6시간정도가 소요되죠. 사려니숲길을 걷다보면 예약된 일반인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치유와 명상의 숲-월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림욕을 통해 심신의 쾌적함을 느끼며 숲 체조와 명상을 즐기는 공간이죠. 새왓내 일원 1km 지점에서는 따뜻한 바위 위에 드러누워 사우나와 같은 발한 작용을 체험할 수 있는 암반욕 구간이 있습니다. 코스를 완주하려면 중간 지점에 한남시험림 삼나무 조림지를 통과해야 하지만, 평소 이 구간은 숲의 보호를 위해 통제구간으로 출입이 제한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려니 숲길 행사가 있을 시에는 개방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 탐방 일주일전까지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후 서성로 방면의 한남출입구를 통해 탐방할 수 있어요.

<난대•아열대연구소 전경>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성장과 산림복구를 동시에 성공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림 보유율은 OECD의 평균을 웃도는 상황이죠.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울창한 숲을 넘어 산림을 효율적으로 보전하고 자원으로 활용하는 미래지향적 이슈가 대두되고 있어요. 제주에 위치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미래 산림경관 유도와 산림자원의 활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1,203ha의 한남시험림과 1,550ha의 서귀포시험림, 259ha의 곶자왈시험림을 운영하고 있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현지이행 연구 및 모니터링, 난대•아열대 산림유전자원 보존 및 자원화 육성기반조성 연구를 비롯해 곶자왈 산림자원 발굴 및 활용기술 개발, 지형지질과 역사 문화유적 발굴 및 관리기술 개발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제주지역의 풍부한 산림생명자원을 비롯해 멸종위기종, 희귀종 등의 보전과 증식을 위해 글로벌 수준의 산림생명자원연구동을 준공하여 국내 난대•아열대지역 연구의 허브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

※ 이 콘텐츠는 한국임업진흥원 사보 ’다드림’에 실린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