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고 납작한 모양새가 쟁반과 흡사하여 반시(盤枾)라 불리는 청도의 떫은 감. 청도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감이 붉은 빛으로 곱게 물든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하죠. 청도는 전국에서 떫은 감의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자 씨가 없는 청도반시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황금을 낳는 감으로 지역주민을 웃음짓게 하고 있다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청도반시의 무한변신 때문입니다. 청도반시는 반건시와 감말랭이를 비롯해 감와인, 감염색, 감식초, 감국수, 감화장품 등으로도 다양하게 가공ㆍ개발되고 있죠. 그 중에서도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입안 가득 건강한 시원함과 달콤함으로 더위를 녹여준 아이스 홍시. 영하 45℃의 시원한 가공 현장을 숲드림이 찾아가보았습니다.
<신지식임업인으로 선정된 이종평 씨가 설립한 아이스홍시청도영농조합의 아이스홍시>
잘 익은 홍시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음날 꺼내 살짝 녹인 후 시원하게 떠먹던 추억. 아이스 홍시는 누구나 한 번쯤 있는 추억을 사시사철 언제든 간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93~94년도에 감이 풍작을 이루었어요. 그때만 해도 감을 가공한다는 것이 없었죠. 수확을 하지 못한 붉은 감이 나무에 달려있는 것을 보면서 4계절 언제든지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이스 홍시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아이스홍시청도영농조합 이해두 대표이사>
건강한 아이스크림 '아이스 홍시'는 청도의 특산물인 떫은 감으로 만든 홍시를 영하 45℃에서 급속 냉동시켜 사시사철 언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영양가가 많은 청도반시를 봄이나 여름에도 먹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냉동 포장기법을 고안하면서 개발된 것이죠. 첨가물이나 유해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입니다.
17년째 아이스 홍시를 생산하는 아이스홍시청도영농조합 이해두 대표는 아이스 홍시 특허 상품등록으로 신지식임업인 이종평 씨와 함께 국내에서 아이스 홍시를 가장 먼저 가공한 장본인이죠. 그리고 현재 연간 청도반시 1,000t을 아이스 홍시로 만들고 있는데요. 국내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넘어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도 수출을 하며 우리 임산물의 맛을 세계로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영하 45℃에서 급속 동결해 한여름에도 가을에 갓 수확한 감의 섬유질과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아이스 홍시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140여 개 초ㆍ중ㆍ고교에 급식으로 납품되고 있을 정도로 맛과 영양에서 인정을 받았죠.”
<급속 냉동시킨 홍시를 선별작업 하는 모습>
아이스 홍시를 판매하면서 청도반시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서도 쉽게 구입해 맛을 볼 수도 있는데요. 단순히 홍시로만 가공되던 청도반시를 아이스 홍시와 함께 반건시, 감말랭이, 감식초 등 각종 가공제품으로 개발해 지금은 청도군 최고 효자상품이 됐습니다.
반건시는 말 그대로 감을 반 정도 말린 것으로 속이 말랑말랑하면서 곶감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죠. 그리고 감말랭이는 감을 4등분해 수분을 45% 수준으로 말려 곶감보다 훨씬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가공식품입니다. 반건시와 감말랭이는 열이 아닌 압력으로 감 속 수분을 빼내 감이 본래 가지고 있던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면서 당도까지 높으며 오랜 기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탈피를 마친 아이스 홍시의 가공 모습>
“매년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첫 서리가 얼기 전에 감을 수확해요. 당연히 이 시기에 감이 한꺼번에 가격도 떨어지게 됩니다. 아이스 홍시, 감말랭이처럼 가공제품용 감을 비축하면서 가격 폭락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해주고 있어요.”
이는 감 재배가 이제 청도군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으로 자리잡은 것을 의미하는데요. 본격적으로 감 가공제품이 만들어지기 전인 2000년에는 2만5700t을 생산해 212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2011년 3만 5,600 t을 생산하고 498억원의 수익을 올려 생산량과 수익이 모두 2배 이상 증가하였죠. 특히 감 가공품 생산에 참여하는 가구가 20배 이상 늘고 2001년 당시 감 가공 생산량이 6 t에 불과 하던 것이 최근에는 1,000 t을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아이스 홍시와 감말랭이 같은 가공이 활발해지면서 수매가 안정되고 청도반시의 가격도 10~15% 정도 오르고 있어요. 청도반시와 가공제품이 전국으로 팔려가면서 감을 재배하는 농가가 계속 늘어 지금은 지역 전체의 70%가 청도반시를 재배하고 있죠.”
청도군은 그동안 군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장이 생긴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감을 이용한 가공품이 성공을 거두면서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2007년 청도가 반시나라 특구로 선정되기도 하였죠. 현재까지 53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아이스홍시, 감말랭이, 감와인, 천연감물염색 등으로 청도 반시의 고부가가치 상품화, 국외 수출시장 개척, 청도 농산물프라자 건립, 와인터널 등의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주민의 소득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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