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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숲 속 베이비붐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이룬 빠른 경세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습니다. 이러한 일을 가능케 했던 산업화 시대의 역군을 우린 베이비붐세대라 부르죠. 지난 며칠간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내용 중 하나가 ‘정년연장’입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세대의 본격적인 집단 은퇴가 이뤄질 것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년연장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베이비붐세대! 우리에게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숲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죠.


<대한민국을 일군 베이비붐세대!>




숲에서 베이비붐 현상을 찾아보기에 앞서, ‘베이비붐’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베이비붐’이란 아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어떤 시기의 공통된 사회적 경향을 일컬으며, 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부족한 인구 수와 맞물려 베이비붐이 일어났습니다. 이 시기에 태어난 베이비붐세대는 약 900만명으로 추정되는 상황!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들의 향후 거취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베이비붐 현상이 숲에서도 일어났다? 조금 의아한 생각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숲에서 일어난 베이비붐은 무엇일까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수탈로 망가진 우리나라의 산림에 다시 한번 커다란 타격을 입혔습니다. 국민들은 힘을 모아 불모지가 되어버린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요. 1970년대에 실시된 치산녹화계획은 현재 우리나라 숲을 이루는 주요 구성원입니다. 당시 심었던 나무들은 2013년 현재 40년생 내외의 나이를 가졌는데, 우리나라 숲의 평균나이도 30년 후반으로 이와 비슷하죠. 산업화 현장에 베이비붐세대가 있다면, 산림에는 1970년대에 심어진 나무 베이비붐세대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산림기본통계에는 나무 나이별로 차지하고 있는 면적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요. 30년생 이하가 31.7%이고 31년생 이상이 65.1%로, 숲도 사람처럼 어린나무에 비해 어른나무가 많습니다. 사람과의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노인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무는 사람과 달리 청년이나 장년층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에 반해 나무는 오래된 나무가 더 쓸모가 있습니다.


임업에서는 가슴높이의 나무줄기 지름에 따라 숲의 이름을 붙입니다. 지름이 25㎝미만이면 유령림(어린나무 숲), 26~40㎝미만이면 장령림이라고 부릅니다. 40㎝이상이면 노령림이라고 하는데요. 노령림 상태의 나무가 실제 목재로 사용하는데 좋은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숲은 대부분 장령림! 국토의 64%가 산림이지만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은 적은 편인데요. 앞으로도 그럴까요? 아니죠. 장령림이 더욱 성장하여 노령림을 이루면 쓸만한 목재가 많아질 날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이들의 성장을 기다리기만 해선 안되죠? 노력을 해야 결과가 있는 법! 숲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출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나무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주는 솎아베기로 숲을 가꾼 산림과 그렇지 않은 산림을 비교해본 결과 그동안 자란 지름이 각각 7㎝와 2.5㎝로 3배정도 차이가 보였습니다. 아직 어린나무가 많은 우리나라 산림! 해답은 숲 가꾸기에 있습니다. 나무에 가지치기를 해주는 숲 가꾸기는 옹이가 없는 고급 목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출처: 산림청>


1998년 이후 본격적인 숲 가꾸기에 주력하여 우리나라 산림의 양은 이전보다 약2배 증가하는 등 숲 가꾸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ha당 산림 양은 1997년 53㎥에서 2009년 109㎥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987년 18조원에서 2010년 109조원에 달하는 높은 성장을 이루었죠(관련 포스트). 그러나 아직도 경제림 조성목표 350만ha 중 161만ha(46%)에 대해서는 숲을 가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림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숲의 성장과정에 따라 적절한 숲 가꾸기가 반드시 필요하죠.


<2010년 기준 자료를 토대로 2012년 발표한 산림의 공익적 기능 평가>


숲을 가꾸어주면 산림 생태계가 살아나는 효과도 있습니다. 숲의 바닥에 도달하는 햇빛 양을 증가시켜 키 작은 나무와 풀 등 다양한 식물이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꿩, 노루 등 수가 줄어드는 야생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더욱 많아지게 되죠. 또한 잘 가꾸어진 숲은 이산화탄소 흡수능력 향상, 산사태 등 수해방지, 경제적 가치 증가 등 많은 효과를 가지고 옵니다.


1970년대 치산녹화계획으로 많은 양의 나무가 심어졌습니다.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가 지금의 우리나라를 일군 것처럼, 당시 심어진 나무는 우리나라 산을 푸르고 울창하게 만들었죠. 곧 이 숲도 노령림 단계로 접어들 것입니다. 우린 균형 잡힌 숲을 조성해 지속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나무를 심어주고, 숲을 가꾸며 나무와 우리가 오래오래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해요.



- 상기 내용은 한겨레 뉴스 4월 3일자 기사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