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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임업백서

‘친환경 산채와 산양삼’ 사랑, 푸새&G 농장 황진숙 대표



산 속에 펼쳐진 신세계라고 해야 할까. 황진숙 대표의 ‘푸새&G’ 농장은 깊은 산골짜기 소나무 군락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비탈길에 가지런히 하늘을 향해 있는 소나무 사이사이로 잡풀을 걷어내고 만들어놓은 산양삼과 산채 재배지는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있죠. 소나무 향과 어우러진 은은한 산채와 산양삼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게 합니다.



‘푸새&G’ 농장에서 황 대표가 재배하고 있는 산채는 곤드레와 곰취, 산마늘과 취나물 등 총 4가지입니다. 산양삼도 7~8년산부터 10년이 훌쩍 넘은 것들로 깊은 산속의 정기를 그대로 담아 그 약성이 남다르죠. 일 년 내내 신경을 써야 하는 산촌의 임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한창 바쁠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산나물을 채취하고 산양삼을 살피다보면 저녁 8시나 돼야 다시 수저를 들 수 있죠. 저녁 먹고도 다음 날 작업 준비부터 이런저런 마무리를 하고 나면 자정이 돼야 잠드는 게 보통이에요. 특히 산채 같은 경우는 시기를 놓치면 나물이 억새지기 때문에 제 때 채취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강원도에 가서 곤드레 밥 안 먹으면 서운하다’고 할 정도로 곤드레 나물은 강원도의 손꼽히는 특산물이며, 곰취 역시 독특한 향이 월등해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는 산나물이죠. 잘 크는 작물에는 재배자의 마음이 깃들게 마련인데, 농장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설명을 이어가는 황 대표의 얼굴에 각별한 애정이 우러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황진숙 대표가 재배하는 산양삼>




경북 안동이 고향인 황 대표는 불과 10년 전까지도 도시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답답하고 각박한 도시의 삶은 점점 그의 숨을 죄어왔다고. 귀촌을 결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죠. 하지만 무작정 도시생활을 청산하기에는 먹고 살 일이 막막했습니다. 산양삼과 산채는 그런 그가 고심 끝에 선택한 생계수단이었죠.


“막상 귀촌을 결심하긴 했지만 뭘 해야 할지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주위 사람들이 인삼을 재배해보라고 해서 알아보던 중에 찾게 된 것이 바로 산양삼이었죠. 당시에는 산양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결심도 섰고 해야 할 일도 찾았지만 장소가 문제였습니다. 산양삼 재배에 최적의 지형, 여러 대상지를 물색하던 중 택한 곳이 바로 정선, 지금의 농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동해와 태백, 강릉을 잇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했다는 점은 황 대표의 마음을 끌었죠. 더구나 청정한 자연환경으로 예로부터 다양한 약초의 재배지로 이름 높았던 지역이라는 점도 결정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도시생활을 하던 황 대표가 임업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없을 수 없었는데요. 10여 년 전 그렇게 처음 시작한 산촌생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산촌과 도시의 생활은 여러모로 다르죠. 편의시설도 부족하고요. 처음에는 동업으로 몇 명과 같이 소규모 농장을 꾸렸어요. 그러면서 점차 재배 기술도 배우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홀로서기를 시작했고요. 산채와 병행하면서 점차 농장을 넓혀가기 시작했죠.” 


알면 알수록 부족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던가요. 황 대표는 이왕 시작한 임업이라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강원농업대학교 인삼과 마이스터 과정에 입학하는 것이었어요. 춘천에 있는 강원대학교를 꼬박 4년 동안 오가면서 황 대표는 그렇게 전문성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농장의 규모도 점차 커졌죠. 현재 산양삼과 산채를 재배하는 공간을 모두 합치면 무려 27㏊(27만㎡)에 달합니다. 종류도 다르고 맛과 모양도 다르지만 황 대표가 재배에 있어 단 한 가지 고집하는 것은 산지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비탈진 산지 소나무 사이로 촘촘하게 자리한 농장의 환상적인 풍경은 그런 황 대표의 고집 덕분에 만들어 진 셈이죠.





정선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고도가 높은 지형입니다. 게다가 새벽녘에 비가 오다가도 낮에는 햇볕이 내리 쬐고 밤이 되면 다시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등 날씨 역시 변화무쌍하죠. 대부분이 산지라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한 환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산나물을 비롯한 산양삼은 이러한 환경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자라게 되죠. 다른 지역 임산물에 비해 약성도 뛰어날 뿐 아니라 맛과 향 또한 남다른데요. 10년을 한결같이 황 대표가 차별성으로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은 산에 계속 안개가 서려 있어요. 해발 700m가 넘는 곳인데다 한 여름에도 기온이 서늘해 산에 올 때면 반팔을 못 입을 정도죠. 하지만 그런 척박한 환경 덕분에 산양삼과 산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한 맛과 향을 자랑하죠. 험한 환경을 이겨내려 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배를 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겨울에는 엄청난 폭설이 길을 막는 경우가 빈번하고 때론 4월까지 눈이 내려 막 심어 놓은 모종이 얼어 죽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또 날씨가 가물 때면 물을 대기 힘든 지형이라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하늘이 도운 탓인지 이제까지 천재지변으로 인해 큰 피해는 없었다는게 황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러는 사이 단골 고객들도 늘어 농장의 수익은 년 1억 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데요. 한번 맛을 보면 그 후로는 무조건 단골이 되는 고객은 입소문으로 성장해 온 ‘푸새&G’ 농장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죠. 그런 고객의 신뢰는 먹을거리에 대한 황 대표의 철저함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농장은 시작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고 시작했어요. 그 후로 단 한 번도 원칙을 깬 적이 없죠. 산채와 산양삼 재배는 사실 자연 그대로의 순리만 따르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인삼 재배가 까다롭다고 하는데, 그것은 임산물인 삼을 인위적으로 환경을 바꿔 밭에 재배하려다 보니 생기는 문제거든요. 산양삼은 그야말로 산골짜기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배수만 잘 되도록 해주면 잘 자라요. 산채 역시 원래 산에서 자라는 것들이니 노지 하우스에서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게 당연하죠.”


<황진숙 대표가 재배하는 곰취>




청정한 환경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하다 보니 황 대표 역시도 50세의 나이가 무색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탈진 재배지를 오르내리고 손수 기른 먹거리로 밥상을 채우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겠죠. 내심 자랑스레 1년 내내 감기 한 번 걸려본 적 없다고 말하는 황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저는 산에만 가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옛날에 도시에 살 때는 농사짓는 분들이 손수 기르는 작물을 ‘자식 같다’고 말하는 것을 흘려 들었는데, 지금 제가 꼭 그런 감정을 느끼거든요. 처음 농장을 시작했을 때 저는 꿈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임업분야에서 최고의 여성 경영자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최근 황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농장을 가꾸는데 신경을 써 왔다면 이제는 좀 더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농장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죠. 바로 ‘체험농장’이 그것인데요. 소비자에게 자신이 먹는 임산물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직접 채취하는 즐거움을 체험으로 알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친환경 임산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그런 시도를 더욱 구체화 하게 했죠.


“처음 시작할 당시에 저처럼 산양삼과 산채를 이렇게 산지에서 직접 재배하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게다가 친환경 인증까지 받았으니 그 가치를 고집했죠. 일반 농산물과는 가격차가 2배정도 나는 것이 저희 농장 임산물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시장에 나가면 불신이 커요. 저는 그게 참 속상하더라고요. 그럴 때면 더욱더 알리고 보여주고 하면서 사람들이 알아 줄 때까지 꿋꿋이 해 나가겠다는 오기가 생겨요.” 



황 대표의 독특한 재배 노하우와 고집이 알려지며 임업인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제까지 ‘아직 자격이 안 된다’며 사양을 해 왔다는 황 대표.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임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임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와 마음가짐을 알릴 필요성을 느끼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는 제가 누굴 가르칠 입장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업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높아지면서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는데,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일단 환상을 버려야죠. 고생은 각오하는 것이 좋고요(웃음). 편하게 산촌 생활을 즐기면서 이 일을 할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나아요. 도시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그 뿐이지만, 여기 일은 끝이 없어요. 철마다, 날마다 그때그때 살피고 해야 하는 일들이 많으니까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바다를 닮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닮는다고 했던가요. 산에 꿈을 심고 마음을 뿌려 온지 10년여, 황진숙 대표의 얼굴에서 온화한 산의 풍경이 겹쳐집니다. 산과 함께하는 황 대표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남다른 고집과 자부심은 우리나라 임업 발전에 또 다른 초석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 이 콘텐츠는 한국임업진흥원 사보 ’다드림’에 실린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