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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임업인 인터뷰

[귀농·귀촌 성공사례] 전통식초를 만드는 초산정 한상준 대표


우리나라는 수많은 격랑이 휩쓸고 지나가며 예로부터 이어져 오던 전통의 명맥이 끊어진 경우가 많은데요, ‘전통식초’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사라진 옛 전통식초 제조법을 재발견하고, 다시금 저변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임업인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

초산정 한상준 대표가 오늘 소개해 드릴 임업인으로, 지난 한국임업진흥원 ‘귀농·귀촌수기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숲드림과 함께 한상준 대표를 만나볼까요? 

오랜 발효과정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전통식초는 일제 강점기 시절 ‘자가 주류제조 금지법’으로 인해 제조법이 단절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일제에 의해 시작된 주세법이 유지되면서 전통식초는 민속주와 마찬가지로 쇠락하며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죠. 그 자리를 대신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점령해 버린 것이 바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초였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전통의 뿌리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는지,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우리의 전통식초는 다시 부활을 꾀하고 있어요. 사라진 제조법의 빠진 연결고리를 찾아 옛 방식으로 전통식초를 만들고 있는 초산정 한상준 대표도 전통식초 부활을 위해 한 몫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10년 전 IT 전문가로 살아가던 한 대표는 전통식초를 만나 그 매력에 빠져 연구를 하게 되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귀농·귀촌을 선택합니다. 왜 귀농·귀촌을, 그것도 전통식초를 택한 걸까요? 

초산정이 위치한 경북 예천은 그 옛날 한상준 대표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해요.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한 대표에게 ‘가난’이란 두 글자로 기억되고 있죠. 

“삼복더위에 고추밭에서 일해 보셨어요? 저는 그나마 학교를 안가는 주말이나 방학 때 일을 도왔어도 힘들었던 기억뿐인데, 어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농사를 지어 겨우 입에 풀칠하는 형편에 어머니께 참고서 하나 사는 것도 말씀드리기 힘들었어요.”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한 대표에게는 꿈이 있었어요. 언젠가 멋진 제복을 입은 군인이 되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주저 없이 학사장교에 지원했고,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상과는 다른 현실과 직면한 한 대표는 자신의 오랜 꿈을 접어야 했어요. 

“멋진 제복에 끌려 직업군인의 꿈이 시작됐고 실제로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시 군대의 상명하복의 딱딱한 지휘체계가 저 뿐 아니라 아내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며 갈등이 시작됐어요. 불합리한 일까지도 명령이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결국 7년 8개월 만에 전역을 선택했죠.”


이후 한 대표가 선택한 길은 당시 한창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던 IT업계였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였고 큰 폭의 방향전환이었지만, 전역하기 전부터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철저히 준비를 했었기에 프로그래머로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경력이 쌓이며 스카우트 제의도 심심치 않게 올 정도로 인정을 받았죠.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다시 한 번 그를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개발 팀장이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거의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철야는 제가 원한 삶이 아니었죠. 식사도 수시로 컵라면으로 때우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갈등은 커졌어요. 그러다 잘 나가던 동료 한 명이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죠.”


가슴 깊이 품었던 꿈, 그것은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모시며 사는 귀촌 계획이었어요. 가난했던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한편으로 고향은 여유와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으니까요. 더구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해볼만 하다고 한 대표는 생각합니다.  


결심이 선 이후 한상준 대표는 귀촌을 위한 준비를 해나갑니다. 퇴근 후 매일 서점으로 가 전문서적을 뒤지며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특용작물을 찾고, 그 과정에서 전통식초를 알게 되었죠. 


이후 그는 방 한 칸을 비워 식초 연구실을 만들고 책을 보며 독학으로 전통식초 제조법의 사라진 고리를 찾아 헤맸어요. 주말이면 옛날 방식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다는 농가를 찾아 전국각지를 누비고 다녔고, 그렇게 전통식초 제조법의 사라진 연결고리를 하나둘 완성해 갑니다. 그리고 8년 전 결국 제조법을 완성하고 귀촌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하죠. 

귀촌 후 쓰러져가는 농가를 보수해 시작한 초산정은 이제 전국 450곳의 매장과 거래하며 월 매출 1억원을 올리는 성공적인 전통식초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그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한 대표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듯 합니다. 


“처음에는 제품으로 만들어 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릴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홈페이지도 만들고 전국 200명의 지인들에게 샘플을 보냈지만 단 한 군데에서도 구매하겠다는 연락은 없더군요. 그러다가 우연히 방송을 통해 전통식초가 소개되면서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입소문을 통해 초산정의 전통식초가 소문나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한 대표는 이후 홀로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한국식품연구원 등 유관부처를 찾아다니며 우리나라 전통식초의 규격화, 법제화를 이끌어 내고 1호 전통식초 명인으로 인정받기까지 합니다.


현재는 전통식초협회의 회장을 맡으며 전통식초 제조법을 아무 대가없이 대중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죠. 그리고 우리 전통식초의 저변을 넓혀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의 식문화에도 식초는 빠지지 않습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나라 전통식초의 인프라만 확고하게 갖춰진다면 세계시장 공략도 가능합니다. 저와 연계해서 전통식초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미 20명이 넘습니다. 초산정도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고요. 전통식초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성공적인 귀촌 모델을 만들고자하는 것이 저의 또 다른 목표에요.”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전통식초를 선택하고, 집념과 열정으로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이뤄낸 초산정 한상준 대표! 그의 지나온 과정이 귀농·귀촌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숲드림이 임업인을 꿈꾸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