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화사한 꽃이 피는 시기로 눈이 즐거우며, 따스한 봄볕으로 인해 행복이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큰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리기가 쉽고, 갑작스러운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지기도 하며, 나른한 탓에 집중력까지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혹시 여러분들 중에서도 이런 점들 때문에 고생이라면 산약초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특별한 효험을 가져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산약초에 대한 많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기침과 혈액순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산약초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 2009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보물지정본)>
최근 꽃샘추위와 높은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린 분들이 많습니다. 기침과 감기는 제때 잡지 못하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요. 우리 조상들은 기침을 다스리기 위해 산약초를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기침을 다스리는 산약초로 잔대가 많이 쓰였죠.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잔대에 대해 “감기는 물론 가래가 끓고 심한 기침이 나오며 숨이 차는 등의 증상에 쓴다. 또 목안이 아프고 목이 쉬는 등의 호흡기 질환에 사용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처럼 잔대는 감기와 기관지염, 천식, 편도선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특히 약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뿌리는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다고 적혀있기도 합니다.
<잔대의 뿌리>
잔대는 초롱꽃과 잔대 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그 생명력이 질긴 것으로 알려져 있죠. 생육조건이 맞지 않으면 잎을 틔우지 않고 땅속에서 긴 휴면기를 갖는데요. 이 때문에 수십 년이 넘는 잔대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날 것으로 먹어도 아리지 않고 단 맛을 내는 성질 때문에 배고픈 시절 구황식물로 많이 쓰이기도 했죠. 줄기를 꺾으면 우윳빛 액체가 나오며, 이 진액이 잔대의 약효를 가늠케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며 전세계에는 약 50종이 분포돼 있습니다.
<초롱꽃의 일종으로 관상가치가 높다(좌) / 잎과 줄기는 쌈채소 또는 나물로 무쳐 먹는다(우)>
잔대의 효능은 감기의 치료와 예방뿐 아니라 그 쓰임이 많아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산약초 입니다. 중금속 중독과 약물 중독, 식중독, 종기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사포닌과 이눌린이 함유돼 지혈과 가래삭임, 뱀독에 대한 해독작용이 탁월하다고 적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같은 봄에는 뿌리에서 나오는 어린 순을 쌈으로 먹거나 나물로 사용하며 약재로 쓸 잔대는 주로 잎이 시든 가을에 채취해 말려서 사용하곤 합니다. 또한 뿌리를 채취해 구이나 생채 장아찌 등으로 사용하면 훌륭한 산채가 되기도 하죠.
따뜻한 봄볕에 산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웁니다. 화살나무가 잎을 내미는 시기도 이 무렵입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성질은 차며 맛은 쓰고 독이 없다. 고독(뱀, 지네, 두꺼비 등의 독), 시주(추웠다가 더웠다가 반복하면서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배가 더부룩하고 아프며, 숨이 가빠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며 가라앉을 것 같은 증상). 중악(좋지 않는 기운을 받아서 갑자기 손발이 차가워지고 얼굴빛은 파래지며 정신은 어지러우며 눈앞이 가라앉을 것 같은 부상)으로 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
또한, “사기나 헛것에 들린 것, 가위 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뱃속에 있는 충(기생충)을 죽인다. 월경을 잘 통하게 하고 징결(병사가 쌓여서 뭉친 것)을 헤치며, 붕루(여성의 월경주기와 무관하게 불규칙적인 대량의 출혈과 지속적인 소량의 출혈이 일어나는 병증), 대하, 산후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하며, 풍독종(풍독으로 생기는 종기)을 삭이고 유산시킨다”고 하였습니다.
<화살나무 / 출처: 한라수목원>
화살나무는 현대 의학에서도 그 효능을 입증하고 있는데요. 화살나무에서 추출된 싱아초산나트륨은 혈당을 낮춰주는 작용을 하여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죠. 또한 식도암과 위암 등 각종 암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화살나무는 그 이름처럼 생김새가 특이해 쉽게 알아볼 수 있죠. 나무줄기에 열십자 형태의 코르크질의 날개가 2~4줄 생겨난 모습이 화살모양을 닮았으며,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 또는 도란형으로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죠.
또한 약초로서의 효능뿐 아니라 나물로서도 고소하고 그윽한 향을 가지고 있어 잎이 트는 봄철 시기에는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화살나무 잎을 살짝 데쳐 깨소금에 무치거나 참기름과 간장에 버무려 먹으면 그 맛과 향이 일품이기 때문이죠.
<화살모양의 나무 가지 모습 / 출처: 국립수목원>
허준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산수유는 보신과 첨정을 하고 수장을 따뜻하게 하며 정기를 삽하게 한다. 그리고 두통과 뇌골통, 간허현훈을 치료한다. 또 소변의 활삭함을 그치게 하고 노인소변을 순조롭게 조절한다"고 하였습니다. 남성성의 상징인 정력에 으뜸(동의보감)이라는 설명과 여성의 생리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고혈압을 예방하고 무릎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등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처럼 한방에서는 산수유를 집중력을 높이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죠.
<산수유 꽃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청>
산수유 꽃이 봄의 전령으로 눈과 마음을 치유하였다면 산수유 열매는 건강 치유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을 알리는 꽃이 진 후 무더운 여름이 오면, 산수유 열매는 짙은 녹색에 자르르 윤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런 열매가 가을을 넘어 초겨울 문턱에 다다르면 눈이 부실 정도로 고운 빨간색으로 익습니다. 이렇게 붉게 익은 산수유는 약초로서 아주 훌륭하죠.
산수유의 주요 성분으로는 베르베날린과 탄닌, 우르손, 비타민A 등이 꼽힙니다. 대부분의 산약초처럼 민간에서는 차로 마시거나 술에 담가서 사용합니다. 단맛과 함께 떫고 강한 신맛을 내는 열매는 서리가 내린 후 채취, 육질과 씨앗을 분리해 사용합니다.
단, 산수유를 먹을 때 꼭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산수유의 껍질과 속, 그리고 속과 씨앗은 서로 반대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성질은 동의보감에서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산수유는 살찌게 하고 원기를 도우며 정액을 보충하나, 그 씨는 정액을 저절로 나가게 하므로 빼고 써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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