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남으론 백두대간인 태백산맥이 뻗어있고, 서남을 이어주는 소백산맥이 있는 영일만 지역.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울창한 산림 중 하나인 경상북도 포항시와 경주시 일대는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제대로 자랄 수 없었던 지역이었습니다. 4,537㏊에 달하는 넓은 지역이 푸른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막지대에 가까운 산림 황폐지였죠.
이로 인해 이 지역 일대는 황폐한 산지로부터 흘러내린 토사가 인근 하천의 바닥을 높였고, 형산강을 비롯해 이 지역 내외를 흐르고 있는 크고 작은 하천이 범람해 농경지를 매몰시키는 등 수해 피해가 빈번하였습니다. 또한 비가 조금만 오지 않아도 생활용수가 부족했고, 약한 바람이 불어도 황사현상처럼 흙먼지가 펄펄 날려 빨래도 제대로 말릴 수 없었던 열악한 자연환경이었습니다.
<사방기념공원의 전경>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붉은 빛이던 넓은 산지는 울창한 숲으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고, 최단 기간 내 산림녹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세계가 인정하는 사방사업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4월 5일, 제 68회 식목일을 맞아 한국임업진흥원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해 포항에 위치한 사방사업기념관을 직접 찾아가보았습니다.
사방기념공원은 2007년에 사방사업 100주년을 맞아 포항시 흥해읍 오도리에 조성한 것으로 6, 70년대 보릿고개 시절에 춘궁기를 넘기기 위하여 사방사업에 종사하며 국토 녹화에 이바지한 사방기술인의 혼과 땀이 깃든 자료를 한곳에 모아 전시한 실내전시실과, 사방사업에 필요한 각종 사업종류를 기념관 뒤편 야산에 실제 시공을 하여 산림복구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곳입니다. 황폐지 복구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복구기술인의 형상(디오라마)을 본 떠 현지에 전시함으로써 마치 현재 작업이 진행 중인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밖에도 사방역사관과 유물전시장, 사방사업과 기술에 대한 관련 책자 등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사업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디오라마를 통해 사방사업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내 전시관에서 사방사업의 역사를 확인하고 야외 공원을 둘러보니 영일지역 사방사업의 성과가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산림을 복원하기 위하여 해방 이후부터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사방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여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었던 척박한 황폐지를 오늘날의 울창한 숲으로 바꾸어 놓은 성과. 영일 사방사업은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주었을까요?
사방사업이란?
사방사업이란 국토의 녹화와 보전, 재해방지와 경관회복을 위하여 예상되는 산지 사면에 토목공사를 실시하고 식물과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산사태, 홍수로부터 발생되는 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을 사방사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방사업은 산림자원 생산의 기반조성은 물론이고 공공 이익의 증진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산림의 공익적 기능, 국토보전 기능, 수원함양 기능, 산림휴양 기능, 대기정화 기능, 야생동물보호 기능 등을 증진시키므로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사방사업의 정의 / 이미지출처 :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
영일지구는 행정구역 통합이전인 사방사업 당시, 영일군 지역에 황폐지가 가장 많았으므로 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인데요. 영일지구가 전국에서 가장 넓은 황폐한 산림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한일국제항공노선의 관문지역이던 영일만 지역은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가 산림 황폐국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정도로 붉은 산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국 산림의 21%를 보유해 우리나라 최대의 산림 지역 중 하나였으나, 일제의 산림 수탈과 6.25 동란으로 산림이 극도로 황폐화되었죠.
<사방사업 당시 현장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디오라마와 ‘치산치수’ 친필>
또한 영일 지역은 대부분이 황폐되기 쉬운 화강암과 퇴적암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번 황폐해진 토지는 적은 강우량에도 표토의 유출이 쉽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보수력이 약해 식생활착이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평균 900~1,000㎜의 강우량은 전국에서도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손 꼽히며, 황폐지를 복구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해외의 임학자들도 그 기간이 어느 정도가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적 여건이 열악한 영일지구의 산림 황폐지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녹화시킬 수 있었을까요? 제1, 2차 경제개발의 성공을 바탕으로 산지녹화를 달성시키겠다는 당시의 의지와 사명감, 그리고 푸른 터전을 만들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열망과 열성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라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내 전시장의 사방사업 모형 모습>
이 같은 분위기 속에 1973년부터 1977년까지 5년간에 걸쳐 2,241만 매의 뗏장, 230만 개의 돌, 313만 톤의 객토, 2,410만 본의 묘목식재와 연인원 360만 명이 참여하는 등 총 사업비 약 38억원(당시 근로자 1일 노임이 평균 1천원이었으며 오늘날 1일 평균 노임이 10만원 임을 감안할 때, 현재의 화폐가치로 3,800억원을 투자한 셈)을 투자하여 오늘날 우리들이 향유하는 푸른 녹지대로 변모시켰죠.
영일지구 사방사업 성공은 우리나라가 FAO(세계식량농업기구)로부터 최단기간 내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칭송 받을 수 있는 계기와 세계 임학자들과 사막지대 식생복원 전문가들이 찾는 황폐지 복구 현장교육장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사용되었던 사방 도구의 모습>
이들 성공요인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일지구 사방사업을 핵심적으로 추진하였던 의창사방사업소와 영일사방사업소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실연사업을 거쳐 이 지역의 입지여건에 어울리는 사방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암층지대의 식생활착촉진을 위하여 표토가 없는 곳은 등고선을 따라 깊이 30~40㎝, 너비 30~40㎝의 구조파기(일종의 골을 만드는 것)를 하여 현장에서 직접 생산한 토비(일종의 퇴비)를 사용하거나 수 ㎞ 떨어진 지역에서 부식질이 많은 토양을 운반하여 객토를 한 후 각종 초류와 나무씨앗을 파종하거나 식재하는 식생활착촉진공법의 개발과 지형 및 황폐정도 등 입지여건에 따라 떼붙임, 떼흙매기, 돌수로공, 기슭막이 등 특수사방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던 것이죠.
사방사업의 효과
산림분야의 사방사업은 산림녹화 및 임산자원 조성이라는 경제적 효과 이외에 산림의 공익적인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효과로는 목재생산뿐만 아니라 산림 부산물인 버섯류, 종실류, 산초, 약초, 산채 등의 임산물과 야생조수의 증식 등을 포함할 수 있고, 산림의 공익적인 기능 측면에서의 사방효과로는 재해방지의 효과(국토보전효과), 수원함양 효과와 생활환경보전 효과로서의 대기정화 효과, 기상완화 효과, 방음, 방풍, 방조(方潮)의 효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림의 환경적 기능인 토사유출 방지의 기능, 탄소저장창고로서의 기능, 물을 저장하는 자연댐으로서의 기능,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로서의 기능, 방풍기능 등을 고려 할 때 영일지구 사방사업이 이 지역에 미친 경제적 효과와 자연경관, 주민들의 정서에 끼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방기념공원 위에서 내려다 본 포항 바다의 모습>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는 끊임없는 노력과 식목일의 제정과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지금의 숲을 이루어 냈습니다. 하지만 급속도로 진행되는 도시화와 개발 속에 숲은 다시 파헤쳐지고 나무도 많이 사라져가고 있죠. 숲은 있는 그대로 일 때 가장 아름답고 건강하며 우리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 줍니다. 그만큼 나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재산인 것이죠.
건강한 나무가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고 나무와 숲이 주는 혜택만을 누리고자 한다면 모순이 아닐까요? 식목일을 맞아 우리 모두를 위해 산을 찾아 나무를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심은 나무가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실천한다면 더욱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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