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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임업백서

포항 도심 산불 현장, 직접 가보니…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샀던 포항 산불. 이번 포항 산불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 왔던 이유 중 하나는 헐벗었던 황무지를 꾸준한 산림녹화정책과 온 국민이 굳은 의지로 세계가 인정하는 녹화 성공사례로 평가 받도록 한 사방사업의 중심지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착잡한 마음을 안고 찾아간 산불 현장은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채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검게 변해버린 산과 나무들의 모습들은 속이 까맣게 타버린 이 곳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최초 산불이 시작된 용흥초등학교 울타리>


지난 9일 포항 도심에 위치한 용흥동 주택가 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과 함께 약4km가 떨어진 학산동의 포항고등학교 인근 산까지 빠르게 번져나갔습니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번 도심지역 산불로 인해 산림청은 39대의 산불 진화 헬기와 7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산불진화에 힘썼으며, 그 밖에도 수 천명의 소방관과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이 진화 작업에 투입되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근 중학생들의 불장난으로 시작된 산불, 경찰의 수사가 진행된 흔적이 남아있다.>





최초 산불이 시작된 용흥초등학교 뒤 탑산을 찾아갔을 때 이 학교에 경비로 근무하시는 주민 한 분이 검게 그을린 숲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그 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처음 산불이 시작된 곳이 여기에요. 학교 울타리 바로 옆에서 일어난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학교 뒷산으로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죠.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삽시간에 바람을 타고 불이 산 위로 올라가는데 아이고! 이거 큰 일 났다! 싶었죠.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좁아 불길을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처음 산불이 발생하던 순간을 설명하고는 등산로를 따라 산 위로 길을 안내하였습니다.


 <검게 타고 그을린 용흥초등학교 뒷 산>


산 속으로 들어서자 펼쳐진 숲은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탄 냄새와 검게 그을린 채로 앙상한 뼈대만을 남겨진 나무들, 그리고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서 긴 한 숨만 나올 뿐, 생명력을 잃은 숲의 모습에 어떤 말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숲과 불에 타지 않은 숲이 길 하나를 두고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산은 이 곳 주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이었습니다. 검게 변해 버린 산이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찾은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하얀 마스크를 쓴 채 허망한 눈으로 등산로를 따라 걷고 있었죠.

“내가 이 곳에서 20년을 살았어요. 이 산은 제가 여기 살면서 항상 찾던 곳이죠. 이 곳에 심어진 나무들도 내가 여기서 살아온 시간과 비슷해요. 어린 묘목이 심어졌을 때부터 봤으니 저와 함께 성장한 나무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렇게 타버리고 쓰러진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고 슬프네요.”

산 속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검게 타버린 숲을 바라보았습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갔습니다. “하루빨리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말이죠.


<검게 타버린 숲에서 산책을 하는 주민>




포항 산불은 최초 발화가 시작된 탑산에서 우현동 일대와 학산동까지 번져 나갔습니다. 이 일대는 아파트나 주택이 밀집되어 있어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지만 주민들은 대피하지 않고 물을 떠다 나르며 작은 불씨라도 끄기 위해 힘을 모아 노력했습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우현동 주택지역을 찾아갔을 때 그 곳 주민들에게 그 때의 기억을 묻자 격양된 목소리로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불이 여기로 넘어오기 전부터 큰 연기가 나는 걸 봤어요. 그런데 채 30분도 안 지나서 불이 마을 주변으로 번지기 시작했죠. 가로등 불도 나가고불씨가 하늘을 뒤덮고 날아들어 발 밑까지 불이 붙는 아수라장이었지만, 다들 작은 불씨라도 잡기 위해 달라붙었어요. 대피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죠. 우리 집인데 어떻게 두고 가요. 집이 여긴데…”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택에서는 폐기물 수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우현동 대동우방아파트 단지로 향했습니다.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산의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강풍에 불은 순식간에 옮겨 붙으며 큰 피해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숲을 마주보고 있던 대동우방아파트의 창문 틈으로 들어와 집안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비웠다고 해요. 그날따라 날씨가 따뜻해서 환기도 시킬 겸 창문을 열어두고 나갔다고 하는데… 그런데 글쎄 산에서 날아든 도깨비불이 열어둔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간거죠.”


휙휙 날아다니는 탓에 비화(飛火)로 불리는 이같은 도깨비불은 주거지, 도로 등을 사이에 두고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다른 산으로 불길을 순식간에 옮겨 큰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인접한 산과 비슷한 높이의 아파트 창문을 통해 불씨가 날아들어 내부를 모두 태웠습니다. 워낙 고층인 탓에 고가사디리를 사용해 화제를 진압하지 못하고 아파트 방화 호스로 진화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불씨가 집안으로 날아들어 화재를 입은 아파트 모습>


이처럼 산불은 바람을 따라 잠깐 사이에 수㎞까지 옮겨 붙곤 하며 때로는 강이나 고속도로 등을 뛰어넘어 불씨를 옮기기도 하죠. 수백만평의 산림이 타버리고, 그곳에 서식하던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주변의 주택들도 잿더미로 만드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현장이었습니다.



 

산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한번 산불이 나면 경제적, 생태적, 사회적 등 여러 측면에서 피해가 일어나게 됩니다. 먼저 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목재 생산인 경제적 피해가 있으며,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생태적 피해와 주민들의 휴식공간 상실 등의 사회적인 피해도 있겠죠.


또한, 산불은 흙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던 나무의 뿌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여 다가올 장마기간에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산의 녹색댐 기능이라 할 수 있는데요. 산불예방은 산림의 녹색댐 기능을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우 시 홍수 유량을 경감시키는 홍수조절기능과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도 계곡의 물이 마르지 않게 하는 갈수완화기능, 그리고 수질을 깨끗하게 하는 수질정화기능까지 수원함양기능을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산불조심기간인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는 봄철 갈수기이므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며 그 규모도 매우 커서 진화가 어려워 막대한 피해를 불러오게 됩니다. 해마다 봄철이면 반복되는 산불.산불의 원인에는 자연적인 발생과 인위적인 발생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에 의한 것이 8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피해 주민들과 동식물의 마음을 잠시라도 헤아려보면 부주의에 의한 산불예방은 어렵지 않을 실천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사시사철 산에서는 아예 불을 멀리하는 것이 수많은 생명을 보호하는 길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산불 현장에 핀 개나리는 새 생명의 희망을 담고 있다>


포항은 영일만 사방사업의 주축지이며 이암퇴적토의 악조건을 극복한 경험과 복구기술을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발생한 도심지역 산불로 피해 복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죠. 차후 도시 산불피해지 복구 성공사례로 남을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춘 포항이 주민들의 아픈 상처를 말끔히 치료하고 도시 산불을 예방을 성공적으로 이룬 모법적인 사례로 다시 일어서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