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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교실이 살아있다! 친환경 교육이 이뤄지는 인천구월서초등학교 '학교숲'


"여기 이 나뭇가지는 무슨 나무지!?” “여기 봐, 이 나무에는 새가 집을 지었어!” 인천구월서초등학교의 정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는 자람동산, 우측으로는 꿈동산이라는 이름의 잘 가꾸어진 학교숲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은지(구월서초 2학년)와 승우(구월서초 2학년)는 학교 안에 조성된 숲에서 즐겁게 뛰어 놀며 동·식물을 직접 보고 배우고 있죠. 학교숲의 나무들 사이를 마음껏 뛰어다니고 수풀을 헤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연휴양림이나 생태체험장이 부럽지 않아 보입니다.


 

<구월서초등학교에 조성된 학교숲에서 뛰어 노는 김은지(9,여)와 천승우(9,남) 어린이>


2006년 인천구월서초등학교에 학교숲이 조성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뛰어 놀고 학습하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숲을 통해 얻는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가져다 주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건강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여 지적, 문화적 능력을 배양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감과 협동심의 증가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확립, 미적 능력의 증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스트레스의 감소 등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마음껏 느끼고 있습니다.



구월서초등학교의 학교숲 관리를 담당하는 한봉규 선생님을 만나 숲을 함께 걸으며 숲이 아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방과후에도 학교숲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한 선생님을 발견하고는 너도나도 달려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였지요. 한 선생님은 “숲과 관련한 체험프로그램들을 아이들과 함께 진행해서 인기가 많은가 봐요. 엄밀히 말하면 우리학교의 학교숲과 옥상숲, 교내 텃밭이 인기 있는 것이겠죠.”라는 말로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인천구월서초등학교의 학교숲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봉규 선생님>


“학교숲이 조성되면서 숲길을 지나 등교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숲을 지나 교실로 향하는 등굣길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구월서초등학교의 등교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죠. 숲을 지나다 달팽이라도 발견하는 날이면 교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 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숲은 상쾌하고 즐거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입니다.” 


 

<옥상숲 ‘바람동산’과 학교숲 '기쁨의 텃밭’>


인천구월서초등학교의 학교숲은 정문을 중심으로 교내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람동산’, ‘꿈동산’ 숲과 함께, ‘바람동산’이란 이름의 옥상숲, 그리고 건물 앞에 조성된 ‘기쁨의 텃밭’과 ‘생명의 텃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잘 조성된 숲은 ‘학교숲 연구 학교’로 지정되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을 가진 학교로 주목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학교숲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친환경 녹색성장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생명의 숲과 녹색연합, 푸른인천가꾸기운동시민협의회와 협력하여 학교숲 안에서 즐기면서 체험하고 관찰하는 학년별 학교숲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학교숲은 조경으로서의 목적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직접 자연을 느끼도록 하는데 있어요. 이를 위해 숲을 교실 삼아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느끼는 오감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죠. 숲해설가 선생님과 함께 교내 숲 안에서 직접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면서 식물의 이름과 모양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죠.” 


<학교숲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속에서 수업하며 즐거워하는 구월서초등학교 아이들>


학교숲은 이렇게 살아있는 친환경 교실이 되어 학생들로 하여금 인위적인 시멘트 환경을 떠나 자연체험이나 숲 가꾸기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환경교육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선생님은 학교숲이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친구들과의 협동심, 사회성을 키워주며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학교숲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실이에요. 이 교실 안에서는 즐거운 놀이와 체험학습으로 아이들의 호기심과 반짝이는 발상을 자극하게 만들죠. 저희가 진행한 학교숲 프로그램 중에 ‘나와 닮은 나무 찾기’라는 내용이 있어요. 나무껍질과 나뭇잎, 나이테 등을 관찰하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되는 나무를 찾아 '내 나무'로 정하고 땅이나 돌 위에 나무를 닮은 내 얼굴을 그리다 보면 어느덧 자연과 친숙해지고 나를 닮은 자연과 나무에 대한 생명존중 의식이 높아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요.” 


 

<학교숲에서 '내 나무’ 찾기 프로그램을 하는 모습>


이 밖에도 학교숲이 조성되면서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는 친환경 축제가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단오에는 학교숲 연못에 심은 창포로 머리를 감아보고, 가을에는 텃밭에서 기른 작물을 수확해 함께 나누는 행사와 함께 온 가족이 허수아비를 만들고 학교숲에서 사진을 찍는 콘테스트도 열려 지역주민들과 학교가 더 가까워지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학교숲이 처음 조성될 당시, 운동장이 줄어든다며 반대 의견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숲이 점차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우려는 해소됐고 ‘학교숲’은 자연스럽게 학교와 지역을 변화시켜 구월초등학교학생들과 지역 주민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숲은 구월서초등학교를 전국 모범학교로 만들어주었고 이런 모범적인 사례들은 전국의 학교들로 확대되어 학교숲을 활용한 친환경 교육이 확대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학교숲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 체험과 관찰일지를 작성하는 아이들>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은 하루에 한 걸음도 흙을 밟지 않는 삶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만들어진 도시의 인공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연과 화합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 정서, 교감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학교숲은 인공 구조물로 둘러싸인 도시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친 자연적인 공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의하면 음이온이나 피톤치드 같은 물리적 환경인자들이 정서적 안정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숲을 통해 학생들의 정서 함양과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을 줄이거나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숲을 만드는 나무를 빗대어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나무가 지닌 강인함과 품위, 신뢰감, 관대함 등과 같은 상징성들이 사회를 짊어지고 갈 인재가 지녀야 할 덕목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늑하고 푸른 숲에서 나무를 보고 자라, 나무와 같은 큰 재목으로 자라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