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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도심 속 휴식처 도시숲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숲은 산이나 강이나 바다보다도 훨씬 더 사람 쪽으로 가깝다.

  숲은 마음의 일부라야 마땅하고, 뒷담 너머가 숲이라야 마땅하다.


위 글은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실린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라는 글의 한 구절입니다. 내 집 뒷담 너머가 숲이면 좋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의 일부가 숲이라면 조금은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겠지요. 이것이 도시에 숲이 생겨난 이유입니다. 다른 많은 공간들이 그러하듯, 도시도 결국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숲이 사람들에게로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쉴 휴(休)’자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있는 형상을 본뜬 글자이지요. 오늘은 이렇게 도심 속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도시숲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 서울숲 거울연못 전경 / 출처: 서울숲>




도시숲(Urban forest)은 용어 그대로 도시에 우거진 숲입니다. 도시 지역에서 도시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숲으로서 휴양, 문화 기능 등 이용가치가 높은 숲을 말합니다. 현재는 ‘도시생활권 도시숲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도시 곳곳에 많은 숲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도시숲 조성사업은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첫째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감소한 녹지 면적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고, 둘째로 차량과 건물 등에서 배출하는 매연(이산화탄소, 황산화물, 메탄 등) 및 유해물질을 숲이 흡수하도록 하여 도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죠. 녹지가 늘어나면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자연스레 공기가 정화되므로, 사실 이 두 가지 목적은 하나의 큰 틀에서 이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숲의 공기 정화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캐나다 산림청의 버너 커즈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숲은 매년 4,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커즈 박사는 2010년 국내 한 매체를 통해 한국의 1ha당 산림축적 면적은 6·25전쟁 직후 6㎥에서 109㎥로 18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관련기사 보기) 그는 ‘탄소량 계산 모델’이라는 시스템을 고안한 인물인데, 한국을 비롯한 기후변화 협약 대상국들은 그의 모델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감축분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산화탄소 4,000만t을 흡수하는 우리나라의 숲>




해외 도시숲들은 우리나라의 도시숲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을 비롯한 많은 해외 도시숲들은 최소 100년 이상 도심의 허파로 기능해왔습니다. 이와 달리 국내 도시숲들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경우가 많죠.


세계 최초의 도시숲인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본래 독일 황제 카를 4세(재위기간 1316~1378년)의 황실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372년 프랑크푸르트시에 매입되면서 오늘날의 시유림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숲 역시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1704년에 조성되었다고 하니,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해온 셈입니다. 이 밖에도 오스트리아 빈의 비너발트(‘빈의 숲’이라는 뜻)는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이 거닐던 산책로를 보존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의 불로뉴 숲은 20세기 이전부터 파리지앵들의 휴식과 영감의 장소가 되어왔습니다. 특히 19세기 프랑스의 여류화가였던 베르트 모리조가 그린 ‘볼로뉴 숲의 벤치에서’라는 작품은 유명합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전경/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베토벤에게 ‘전원’ 교향곡 작곡의 영감을 준 비너발트 >


우리나라의 서울 곳곳에도 많은 공원들과 숲이 만들어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산은 시민을 위한 도시숲으로서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남산의 숲과 공원 역사를 살펴보면 1910년 당시 공원 표지로 세웠던 '한양공원(漢陽公園)이란 고종의 친필 석비(石碑)가 지금도 통일원 청사 옆에 보존되어 남산의 역사성을 잘 말해주고 있지요. 서울시에서는 남산에 잠식된 시설을 이전하여 자연경관을 회복하는 등 시민을 위한 휴식장소로서 기능을 높여 1991년부터 1998년까지 8년간 '남산 제모습가꾸기'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남산은 현재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동물들의 생태가 복원되었고 서울 중심을 지키는 도시숲으로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의 숲을 대표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조성 숲은 창덕궁 후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원이라고 불리는 창덕궁 후원은 사적 제122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궁중 정원으로 정자와 연못, 괴석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조선 시대 때 임금의 산책지로 설계된 후원으로 정원에는 왕실 도서관이었던 규장각과 더불어,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영춘루, 소요정, 태극정, 연경당 등 여러 정자와 연못들, 물이 흐르는 옥류천이 있고, 녹화된 잔디, 나무, 꽃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또한 수백종의 나무들이 26,000그루 넘게 심어져 있으며 이 중 일부는 300년이 넘은 나무들도 있어 고즈넉한 풍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남산의 전경(출처;남산공원)과 창덕궁 비원(출처;창덕궁) 모습> 


최근 인공 조성되어 시민들로부터 대표적인 사랑을 받고있는 도시숲은 서울숲으로 2003년 1월 조성방침 수립 후 2005년 6월에 준공되었습니다.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뚝섬 일대에 대규모 생태숲과 문화·레저 시설들이 생겨남으로써 시민들의 쉼터로 변모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구에서 가장 큰 도시숲인 앞산은 2008년에 도시자연공원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민들과 더욱 친숙해졌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한국전쟁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충혼탑, 궁도장, 태조 왕건이 견훤의 군사들에 쫓겨 은신했다는 은적사 등 역사의 흔적들이 많아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도 활용됩니다. 




매년 산림청에서 개최하는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은, 조경·산림·건축·도시계획·디자인·관광 등 관련학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젊고 재능 있는 전문 인재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도시숲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행사이죠. 이처럼 도시숲은 도시민들의 참여가 어우러질 때 더욱 도시민들의 일상에 가까워집니다. 


 

<서울숲과 ‘숲가꾸기 패트롤’ 시민들의 모습 /출처: 플리커


전국 각 도시숲에는 일명 ‘숲가꾸기 패트롤’이라는 시민 관리요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숲가꾸기 패트롤 요원들은 도심 속 태풍피해 나무들을 정리하고, 산림 인접 주거지·농경지에 피해를 입히는 잡목을 제거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시민 봉사단체가 자발적으로 나서 도시숲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지요.


한국임업진흥원 역시 도시숲 가꾸기에 역할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임업진흥원은 LG상록재단과 함께 ‘도시숲 흙 살리기 사업’을 공동 추진해 오고 있죠. 이는 각종 환경오염 물질로 인해 산성화된 도시숲의 토양환경을 개선시켜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쾌적한 녹색공간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도시숲 환경으로 개선시키고자 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임업진흥원은 서울시 푸른도시국과 ‘서울시 도시숲 가꾸기 기본계획 수립’ 기술용역을 체결하여 “건강하고 아름답고 재해에 강한 도시숲”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도시숲 관리 지침을 개발 중입니다. 앞으로는 이 같은 도시숲 살리기 관련 사업을 여러 지자체, 민간기업 등에 확대시킬 수 있는 임업 전문 기관으로 한층 도약해나갈 것입니다.


<한국임업진흥원이 LG상록재단과 함께 한 ‘도시숲 흙 살리기 사업’>


지금까지 설명해드린 것처럼 도시숲은 ‘도시민의, 도시민에 의한, 도시민을 위한’ 공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탄소 친환경녹색성장을 한 발짝 앞당기는 핵심 과제이기도 하죠. 도시숲을 통해 도심 환경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녹지가 늘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