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과 함께 여름의 녹음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내려앉은 숲의 한가운데 서있노라면 마음이 흔들리고,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한번쯤 멈춰서 심호흡을 하게 됩니다. 숲과 나무의 푸른 자태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언제나 상쾌함으로 달래주죠.
이렇게 여름이 되면 많은 나무들이 너도나도 푸르름을 뽐내는데요. 하지만 사시사철 짙푸른 잎새로 한결 같음을 과시하는 나무들도 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잣나무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계절 푸른 나무로 소나무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잣나무는 소나무와 형제나무라 할 수 있죠. 이 두 형제나무를 구별하기 쉬운 차이점이라면, 소나무는 바늘잎이 2장씩 모여 달려 있는데 반해 잣나무는 5장씩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잣나무는 바늘잎이 5장이라는 특징 때문에 ‘오엽송’이라 불리기도 하죠.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우리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영양이 가득한 열매로 입을 즐겁게 하는 잣나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잣나무 바늘잎 사이로 열린 잣나무 꽃과 잣송이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상록침엽교목인 잣나무는 추위를 좋아하는 수종으로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랍니다. 나무의 껍질은 흑갈색이며 높이는 20~30m, 지름 1m에 달하죠. 잣나무는 소나무의 솔방울과 비슷하지만 훨씬 큰 잣송이를 엽니다. 한대 수종으로서 토심이 깊고 비옥한 토양에서 왕성히 자라는데요. 추위에 강해 영하 50도까지 견디기도 합니다. 어려서는 음수이나 커감에 따라 햇빛을 좋아하는 모습으로 변하며 빛을 쐬는 요구량이 늘어나죠. 꽃은 암, 수꽃이 같은 그루 위에 생기는 일가화로 암꽃은 녹황색, 수꽃은 붉은색이며, 5월에 피고 가을이 다가오면 길이 1㎝나 될까 싶은 아주 작은 형태의 잣송이를 맺습니다. 그때부터 우리가 따먹을 수 있는 잣송이로 크기까지는 약 1년이 더 걸리죠. 그래서 잣은 2년에 걸쳐 익습니다.
잣송이는 익어가는 동안 초록색을 띄는데요. 초록색이면 열매 자체도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공급할 수 있고, 보호색 역할을 하여 초록의 잎 사이에서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모습처럼 잣나무 스스로 후손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더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잣송이의 질긴 비늘모양의 조각들은 익기 전까지는 잘 벗겨지지 않는다거나, 잣송이 겉에 송진을 아주 진하게 바르는 것이 이런 모습들입니다.
<잣송이는 겉에 송진이 잔뜩 있고 날카로워 알을 까는 데 많은 일손이 든다_산림조합중앙회>
잣나무의 번식방법은 10월에 채취한 종자를 12월 중에 노천매장 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같은 방법을 위해서는 종자의 저온저장이 필요하죠. 잣나무는 토심이 깊고 비옥하며 적윤한 토양에서 왕성하게 자라는데요. 보통 10∼15년생부터 열매를 맺으며 300~500년 가까이 사는 나무들도 있습니다. 40년생일 때 평균임지에서 ha당 264㎥정도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으며, 종실은 15~40년생에서 ha당 8,133kg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잣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적어도 12년은 커야 합니다.
식재시기는 지역별로 남부지방이 3월 초순~3월 하순, 중부지방은 3월 중순~4월 초순, 북부지방에서는 3월 하순~4월 중순이 적합합니다. 이른 봄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대로 가급적 일찍 나무를 심는 것이 좋으며 늦어도 나무의 싹이 트기 전에 심어야 하죠.
식재방법은 묘목식재 시 구덩이에 묘목을 곧게 세운 후, 흙을 채웁니다. 약간 위로 뽑아 올리는 듯하면서 살짝 밟은 뒤, 나머지 흙을 채우고 다시 밟아줘야 합니다. 식재한 후에는 묘목이 건조되지 않도록 낙엽이나 건초를 땅 표면 위에 덮어 활착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지요.
<밤송이처럼 딱딱한 껍데기를 벗겨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잣나무의 나무 갗은 거칠고 결이 곧아 건축, 가구, 포장, 합판, 펄프, 목탄 등으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고급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린 나무부터 본수를 조절하고, 나무가 커감에 따라 가지치기와 솎아베기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하죠. 그래야 정해진 기간에 원하는 굵기의 목재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죽은 가지는 줄기에 오래 남아 있는 특성이 있는데요. 고급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잣나무에서는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도 배출하는데요. 잣나무림에서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지죠. 또한 나무의 색이 붉은색을 띄는 홍송인 탓에 건축재와 가구재로도 인기가 높으며, 토목재나 선박재의 용도로도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잣나무를 조경용으로 사용할 때에는 공원이나 공공건물, 골프장 및 캠퍼스 등에 군식하여 풍치효과와 차폐효과를 제공할 수 있으며, 수형이 비교적 원추형에 가깝기 때문에 독립수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쭉쭉 뻗은 줄기가 시원스러운 잣나무숲의 모습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잣나무의 열매는 나무의 높은 가지 끝에 달립니다. 생장이 아주 왕성한 곳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잣을 수확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고약한 일입니다. 20∼30m는 보통이고 40m를 넘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아슬아슬한 나무를 타기를 하곤 합니다. 장갑을 낀 손에는 자기 키의 서너 배에 이르는 대나무 장대가 들려 있죠. 이 장대는 주변 나무의 잣을 떨어뜨릴 때 사용을 해야만 합니다. 나무를 오르기 위해서는 '사가리'라고 불리는 잣 수확용 장비가 필수인데요. 이 장비는 등산용 아이젠처럼 신발에 끼우는 것으로 나무를 탈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잣 수확은 100%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합니다.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오르는 것이 워낙 위험하고 어려워 그 동안 여러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죠. 한 번은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를 훈련시켜 투입하기도 했는데요. 훈련 받은 원숭이들이 처음에는 나무를 잘 타고 올라가 잣을 떨어뜨리도록 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무에서 한 번 내려온 원숭이들은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죠. 이들은 손에 묻은 송진을 보고 질색한 것입니다. 그래서 손에 잣나무 송진이 묻지 않도록 원숭이에게 장갑을 끼워줬지만, 원숭이들을 다시 나무 위로 올려 보낼 수 없었죠. 이들은 손뿐 아니라 온몸에 묻은 송진 때문에 털을 고르느라 잣을 딸 생각조차 안 했다고 하네요. 앞에서 소개해드렸던 후손을 지키기 위한 잣나무의 송진 전략이 원숭이에게는 잘 들어맞은 셈입니다.
<잣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야 한다 / 출처 : 산림조합중앙회>
원숭이의 도움을 받는데 실패한 이후에도 잣을 수확하기 위해 도입한 여러 방법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소방용 대형헬기를 동원해 프로펠러 바람으로 잣을 따려고 했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포기 해야만 했고, 열기구에 사람을 태우기도 했지만 역시 효율성이 떨어져 중단됐죠. 결국 지금까지도 사람이 일일이 나무에 올라가 잣을 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력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입니다.
잣나무 숲의 가장 막강한 적은 청설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로 올라가 송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에 잣송이를 잡고 까는 모습이 얄밉기까지 하죠. 다람쥐는 통째로 먹기가 어려워 잣만 쏙 빼먹는데 비해 청설모는 옥수수 먹듯 심지 부분만 남기고 다 먹어 치우기 때문에 청설모가 먹은 잣송이는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애써 키운 잣을 청설모가 곧잘 실례를 하기 때문에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얄미운 청설모를 살짝 혼내주는 방법이 있죠! 청설모가 나무 위에 올라가 잣송이를 밑으로 떨어뜨리면 재빨리 그 잣송이를 주워 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청설모는 나무 밑으로 내려와 잣송이가 떨어진 주변을 한참 동안 빙글빙글 맴돌곤 하죠. 그리고 또 하나, 청설모가 나무 밑에서 잣송이를 열심히 까고 있을 때 깜짝 놀라게 하면 잘 까놓은 잣송이를 떨어뜨리고 줄행랑을 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빼앗은 잣송이 하나에는 비늘조각 사이사이 2개씩 들어있어 총 200개. 두 송이면 모두 400개나 되는 잣 알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설모는 성격이 사나우니 섣불리 약 올리기 보다는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잣은 청설모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이다 /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최근 동안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피부미용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런 관심과 함께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잣의 효능이 새롭게 화제를 모으고 있죠. 잣은 예로부터 불로장생 식품, 혹은 신선식품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에서까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아 왔는데요. 고소한 맛은 물론 풍부한 영양소로 놀라운 효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현대에 와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잣에는 올레산 리놀레산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것이죠. 또한 혈색을 좋게 만들고 피부를 매끄럽게 하여 동안 외모를 가꾸는데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외에도 마음을 안정시켜주며 불면증, 피부의 가려움증, 빈혈 등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입안이 헐거나 혓바늘 돋는 증상을 치료하는데도 아주 효과적이죠.
<잣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혈압을 낮춘다 /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두뇌발달을 도와 기억력 향상시켜 주고 떨어진 체력을 올려주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좋은 우리 임산물 잣. 영양만점 임산물 잣으로 건강을 챙기고 동안 피부도 유지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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