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 5월 23일, 북한산 산기슭에서 어린아이들의 조잘대는 웃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한적한 숲 속의 정적을 깨우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어디서 들려 오는 것일까요? 정체 모를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보니,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북한산 인근 어린이집 원생 21명이 유아숲체험원(이하 숲유치원)을 찾은 것이더라고요. 북한산에서 운영되는 숲유치원은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올해 11개의 유아교육시설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숲유치원을 찾은 새싹어린이집은 2주에 한번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군요. 매년 새롭게 숲유치원 대상 교육기관을 모집하는데, 경쟁이 치열해 지난해 탈락했다 올해 선정돼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한데요.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숲유치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과 동행해 보았습니다.
북한산 숲유치원은 매 시간마다 2명의 숲해설가가 오전, 오후 나눠서 진행합니다. 이날 아이들이 숲유치원에서 체험하게 될 주제는 '애벌레야 놀자'로 약 2시간에 걸쳐 운영이 되었습니다. 숲유치원을 찾은 아이들은 숲해설가의 진행에 맞춰 숲 속 이곳 저곳을 다니며 애벌레를 찾아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산 중턱에 있는 약수(藥水)도 마셔 보았죠. 집이나 실내 공간인 유치원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나무에 붙어 있는 애벌레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숲유치원 프로그램은 일종의 길잡이로, 전체적인 가이드 역할만 하고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스스로가 체험하고 학습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이날 프로그램을 진행한 최정용 숲해설가는 이러한 모습을 ‘놀이’라고 지칭하며,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도록 주제만 던져 주었습니다. 이따금씩 애벌레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다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이 프로그램 진행의 전부였는데요. 이것만으로도 교육이 될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이에 대해 임종표 숲해설가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공간에서 뛰어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이 되요. 특히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오감이 발달하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창의성 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고 전합니다.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어 놀면서 균형감각을 키우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도 하는 모습이었죠.
<균형감각에 도움되는 나무 징검다리 건너기 체험>
숲 교육을 통해 인성이 건강해지고, 소극적인 아이가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날 찾은 아이 중에서도 처음 올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변한 아이가 있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스스럼 없이 손 잡는 아이,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 요즘 아이들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요. 새싹어린이집 송경정 원장은 숲 교육을 하고 나서 아이들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또 상호중심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걸 느낀다고 합니다. 시종일관 밝은 아이들 얼굴에서 숲 교육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송경정 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신기한 듯 올챙이를 살펴 보고 있는 아이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아이들이 옷에 흙을 묻히고, 흙에서 뒹굴어 싫어할 부모도 있을 법한데요. 송경정 원장은 “숲에서 아이들이 맘껏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 학부모들이 모두 좋아한다”고 하네요. 더욱이 산만한 행동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학부모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벽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숲유치원! 지금도 아이들의 천진만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요. 오감을 깨우는 숲유치원 현장이었습니다.
- 현재 숲유치원 정식명칭은 유아숲체험원으로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숲유치원을 사용했습니다.
오감교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아숲체험원! 숲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신 김진선, 임종표,최정용 숲해설가 3명을 모시고 유아숲체험원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북한산 유아숲체험원 숲해설가 3인방 왼쪽부터 김진선, 임종표, 최정용 숲해설가>
Q. 북한산 유아숲체험원은 어떻게 운영이 되나요?
김진선 서울북부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숲 교육 공간으로 인근 지역 11개 유아교육시설에서 찾아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하루 2개 숲유치원이 진행되는데 한 반에 18~25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Q. 유아숲체험원을 운영하려면 자격기준이 있나요?
김진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은 따로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유아숲체험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숲해설가의 경우 유아숲치유지도사 자격을 가져야 하죠. 숲해설가 경력 5년 이상이면 되는데 그 중 유아숲해설 2년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Q. 숲교육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임종표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처음 이곳에 온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에 우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혼자서 나무다리도 건너고, 밧줄타기도 하고, 스스로 놀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죠. 자기주도학습이 따로 없어요.
김진선 오감을 사용하는 교육이 특징이에요.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냄새를 맡기도 하죠. 오늘 ‘애벌레야 놀자’는 애벌레를 직접 살펴 보기도 하지만, 손 위에 놓고 촉감을 느껴 보면서 배우는 거에요. 똑같은 현상을 봐도 해석하는 것이 아이들마다 다른데요. 그걸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니까 아이들의 자존감도 향상되죠. 또 오감을 사용하니까 창의력, 감각 발달에 도움이 되요.
Q. 숲교육이 정서 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최정용 숲에서 교육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느끼게 되요. 나무를 안고 ‘사랑해’라고 말하고, 땅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꽃의 향기를 맡고, 만져보고 하면서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되죠. 특히 감정표현이 분명해져 정서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Q. 서울 지역 유아숲체험원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김진선 현재 서울북부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 운영 중인 숲유치원은 북한산, 청량산, 수락산, 천보산 등 4곳인데요. 참여를 원하시거나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분들은 서울국유림관리소에 문의해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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