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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목재보존으로 보는 선조들의 지혜

우리나라에서는 목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요?



바닷물 침지



해인사의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은 1000년 이상 보존되어 전해져 옵니다. 썩기 쉬워 보존이 어려운 목재유물이 이렇게 오래 전해져 올 수 있었던 까닭을 사람들은 목재 준비과정에서 바닷물의 역할이 컸다고 말합니다. 



좋은 목재를 선택하여 자연 건조한 후에 바닷물에 3년 이상 담그고 또 바닷물에 삶는 과정에서 목재에 방부성능을 부여하였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바닷물의 염분농도는 목재에 방부성능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목재에 들어간 염분이 목재에 방부성능을 부여했다 보다는, 목재에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높여 급격한 함수율의 변화를 억제하여 뒤틀림과 할열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경판이 오랫동안 썩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의 탁월한 자연환기 성능과 이를 보존하고 지키려는 선조들의 끊임없는 관리 덕분일 것입니다.


기름칠


과거 조상들은 집을 짓고 난 후 외부에 노출된 마루판, 기둥 등의 목재에 들기름 및 콩기름 등을 주기적으로 도포하였습니다. 기름칠을 하게 되면 목재의 나뭇결이 또렷해지고, 재색이 선명해져 보기에도 좋고 친수성인 목재에 소수성인 기름이 도포되어 목재의 관리에 있어 가장 큰 적인 수분 제어에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도포나 분무, 침지처리로는 유지성분이 재면에서 1mm이상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얇게 도포되는 만큼 재면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합니다. 게다가 천연 유지류는 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잘못된 유지의 선택이 오히려 해충과 미생물의 증식을 유발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단



화학적 처리방법이 발달되지 않은 과거에는 구조적 방법을 통해 수분을 멀리하여 목재를 오래 사용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중 한 방법이 기단입니다. 기단은 집을 마당보다 높게 짓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특히 한옥의 기단은 중국가옥(북경지방)의 기단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는 건조한 중국 대륙에 비해 한반도는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한랭건조한 기후 때문입니다. 온돌에 의한 난방방식이 발달하면서 여름을 나기 쉽도록 땅 위에 집을 짓기 시작했고, 여름에 땅의 습기로부터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집을 되도록 위로 띄울 수 있도록 높은 기단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옥 마당에는 습기를 보존하는 잔디도 심지 않습니다. 기단은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기단은 처마 끝에서 낙숫물이 떨어지는 범위 안쪽에 오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기단(창덕궁 낙선재) : 처마에서 떨어진 낙숫물이 기단 위로 떨어지게 설계
 

초석



초석의 사용도 기단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초석은 집의 격식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주요 기능은 바닥의 수분과 기둥재 사이에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여 수분으로부터 목재를 보호하고, 건물의 하중을 지면으로 분산시켜 기둥을 안정적으로 서 있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 기능에 충실하고자 기둥을 올리기 전 초석 윗부분을 가공할 때 약간 볼록하게 하여, 초석 윗면에 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였습니다. 또한 기둥을 초석 위에 세우기 위해 그랭이질을 한 후에 기둥의 밑면에 오목한 홈을 파내어 굽을 만들었습니다. 기둥재에 그랭이질을 하고 굽을 만드는 것은 기둥이 초석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게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초석과 기둥 사이에 공간을 두고 그곳에 숯과 소금을 놓아 수분으로부터 목재기둥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초석의 여러 형태)


온돌



근래에 오면서 한옥식 주택에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난방 방식을 보일러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흰개미와 목재 부패의 피해를 많이 입게 됩니다. 과거의 온돌 난방방식은 땔감이 연소되면서 생성된 뜨거운 열기가 온 집을 휘돌아 나가면서 소독효과를 주기 때문에 방부·방충에 효력이 있었습니다.

여름 장마철에 집을 건조하기 위해 온돌을 이용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온돌난방을 이용하는 시기는 늦가을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이고, 이 기간에 흰개미는 겨울을 나기 위해 땅속으로 사라지게 되는데요. 즉, 이미 지상의 목재에는 흰개미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온돌난방을 하는 시기와 흰개미는 나타나는 시기가 서로 엇갈리게 됩니다. 흰개미와 목재 부패의 피해를 입은 한옥들은 현대시설인 보일러를 사용하면서 편리한 비닐 장판을 사용하게 되고, 창호 등으로 새어나가는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사용된 비닐막 등이 결로로 발생된 수분배출을 차단하여 목구조의 수분조절에 불리하게 작용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