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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시', '홍동백서'보다 중요한 설 명절 차례상 차리기



차례(茶禮)는 매월 음력 초하루, 보름, 명절, 그리고 조상님 생일날 등 낮에 지내는 간략한 제사를 말합니다. 차례는 다른 말로 다례(茶禮)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차례상에 술을 올리지만 예전에는 차를 올렸다 하여 다례 혹은 차례라고 불렀죠. 때문에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기일에 모시는 기제사(忌祭祀)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매년 설과 추석 때마다 차리는 차례상이지만 항상 어렵고 고민되는 일은 마찬가지죠. 하지만 한국임업진흥원 ‘숲드림’이 알려드리는 차례상 차리기 방법을 알아두신다면 올바른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에는 크게 신위 별로 준비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집안에 따라 조상을 한 분만 모실 수도 있지만, 두 분 이상을 모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조상을 모시는 상차림에 따라 개인별로 준비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밥(메), 국(갱), 숭늉(숙수) 등은 신위 수대로 준비해야 하는 음식인데요. 설 차례상에는 떡국으로 추석에는 송편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술(제주), 식초(초접), 간장(청장), 떡(편), 국(탕), 부침개(전), 구이(적), 포(어포, 육포 등), 식혜(혜), 나물(숙채), 김치(침채), 과자 및 과일(과실) 등은 신위 수와 상관없이 준비합니다.


<’조율시이’ 진설법으로 차린 차례상>




차례상을 차릴 때는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제주가 있는 쪽이 남쪽이고, 제주가 바라볼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 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경우 5열로 상을 차리는데, 신위가 있는 쪽을 1열로 보며 1열은 식사류인 밥, 국 등을 올리고 설 차례상의 경우 떡국을 올립니다. 2열은 제사상의 주 요리가 되는 구이, 전 등이 오르고, 3열에는 부요리인 탕 등이 올라가며, 4열에는 나물, 김치, 포 등 밑반찬류,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 후식에 해당하는 것들이 올라갑니다.


제사상과 달리 설이나 추석 명절에 지내는 차례상에는 밥을 올리지 않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나물(채)도 함께 올리지 않죠. 하지만 명절이라도 밥을 올린다면 나물도 함께 올리는 것이 옳은 차례상 차림(진설법)입니다. 또한 설과 추석은 차례를 낮에 올리므로 술을 한번만 올리고 일반적으로 축문을 읽지 않는 단헌무축(單獻無祝)으로 지냅니다. 


제1열 - 술잔, 밥(메), 떡국. 추석의 경우 송편을 놓는 줄

앞에서 봤을 때 떡국은 동쪽(우측)에 술잔은 서쪽(좌측)에 차립니다.

시접(수저와 대법)은 단위제의 경우 서쪽에 올리며, 양위합제의 경우 가운데에 올립니다.


제2열 - 적과 전을 놓는 줄

2적으로 육적(육류), 어적(어류), 소적(두부)의 순서로 올립니다.


제3열 - 탕을 놓는 줄

3탕으로 육탕(육류), 소탕(두부, 채소), 어탕(어류)의 순으로 올리며 지역에 따라 5탕으로 할 경우, 봉탕(닭), 잡탕 등을 추가로 올립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가지의 탕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4열 - 포와 나물을 놓는 줄

서쪽 끝에는 포를 쓰며 동쪽 끝에는 식혜를 올립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3색 나물 등을 올리고 청강(간장), 침채(나박김치)를 올리죠.


제5열 - 과실을 놓는 줄

서쪽부터 '조율이시'로 진설할 경우 (대추, 밤, 배, 감), '조율시이'의 경우에는 (대추, 밤, 감, 배)의 순서로 차리고 나무과일, 넝쿨과일을 그 다음 순으로 올립니다. 동쪽 끝으로는 과자류를 놓습니다.


차례에 쓰일 술은 맑은 술을 준비합니다. 또한 식초와 간장은 종지에 준비하고 떡은 시루떡을 사용합니다. 탕은 어탕, 육탕, 소탕 등 홀수로 여러 가지를 올리기도 하고, 3가지 재료가 모두 들어간 탕을 만들기도 합니다. 전으로는 고기전, 생선전 등을 준비하며, 구이는 조기, 쇠고기, 닭 등이 쓰입니다. 포는 어포, 육포 등을 준비하는데, 어포의 경우 등이 위로 가게 담아야 합니다. 식혜는 식혜 건더기를 담으며, 나물은 색이 다른 3가지의 삼색나물을 한 접시에 담거나 한 가지씩 따로 담아 올립니다. 과일은 한 분을 모실 때는 홀수로 준비하지만 두 분을 함께 모실 시에는 짝수로 준비합니다. 모든 제수는 향신료(마늘. 후추. 고춧가루. 파)를 쓰지 않고 간장과 소금만으로 조리하며 김치를 진설 할 시에는 나박김치를 올립니다.



<설 차례상 진설도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차례상 차림은 지역이나 가문마다 조금씩 다르나, 본 진설도는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좌포우혜左脯右醯(포는 좌측, 식혜는 우측), 조율이시棗栗梨枾(서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원칙을 따른 것이다.




"남의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옛 속담.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텐데요. 이 속담은 ‘조율이시’가 맞네, ‘조율시이’가 맞네 하는 말에서 생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사상에 대추와 밤을 놓은 다음 감을 놓아야 하는지, 배를 놓아야 하는지 여러 사람의 말이 다르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잘 알다시피 쓸데없는 참견을 꼬집어 하는 말입니다. 그 순서가 정성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겠죠.


차례상 차리는 방법은 집안마다 다르고, 준비한 음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조율이시(棗栗梨柿)법과 동조서율(東棗西栗)을 전제로 한 홍동백서(紅東白西)법으로 진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율이시는 우리 나라 제사상에 놓는 과일의 기본 4가지로 그 뜻은 씨의 개수와 연관을 갖고 있습니다. 조(대추)는 씨가 1개로 임금을 말하며 율(밤)은 밤 한 송이에 3개의 톨로 삼정승을 뜻합니다. 이(배)는 6개의 씨로서 육조판서를 뜻하며 시(감)은 8개의 씨가 팔도관찰사를 뜻합니다. 또한 약과와 유과는 만백성이란 뜻으로 전해지기도 하죠. 여기서 조율시이는 배와 감의 의미를 바꿔 해석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조서율을 전제로 한 홍동백서법은 동쪽으로부터 대추, 감, 사과의 순으로 붉은 과실을 놓고 서쪽으로부터 밤, 배의 순으로 흰 과실을 놓으며 중간에는 조과를 놓아 색깔의 현란함을 피하는 진설 방법입니다.




고비합설(考妣合設) : 내외분일 경우 남자조상과 여자 조상은 함께 차린다. 

                               밥, 국, 술잔은 따로 놓고 나머지 제수는 공통으로 합니다.

시접거중(匙楪居中) : 수저를 담은 그릇은 신위의 앞 중앙에 놓는다.

반서갱동(飯西羹東) : 밥(메)는 서쪽이고 국(갱)은 동쪽이다(산 사람의 상차림과 정반대)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동두서미(東頭西尾) : 머리를 동쪽에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한다.

배복방향(背腹方向) : 닭구이나 생선포는 등이 위로 향한다.

면서병동(麵西餠東) : 국수는 서쪽에, 떡은 동쪽에 놓는다.

숙서생동(熟西生東) : 익힌 나물은 서쪽이고, 생김치는 동쪽에 놓는다.

서포동혜(西脯東醯) : 포는 서쪽이고. 생선젓과 식혜는 동쪽에 놓는다.


차례상에 절대 올려서는 안될 음식들도 있으니 꼭 알아두어야 합니다. 끝에 '치'가 들어간 생선은 성격이 급해 빨리 죽으므로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는 쓰여서는 안됩니다. 또한 향이 강한 향신료인 고추나 마늘 등은 귀신을 쫓는 음식이라 하여 쓰이지 않습니다. 팥이 들어간 음식도 올려서는 안됩니다. 팥은 전통적으로 귀신을 쫓기 위해 쓰는 음식이었기 때문이죠. 예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고인이 생전에 싫어했던 음식을 굳이 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조율이시’처럼 반드시 들어가는 음식도 생전에 드시지 않았다면 차례상이나 제사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전북 무주 ‘홍동백서’ 진설 차례상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차례상의 음식은 지역특산물에 맞게 조금씩 추가되어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바닷가는 해산물을, 산간지방에는 육류와 나물 종류가 추가되죠. 예를 들어 전라도는 홍어와 낙지, 메밀꽃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은 메밀전을 올리며, 제주도는 옥돔이나 전복을 올리죠. 포항의 한 바닷가 마을은 상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풍습이 있기도 했습니다


차례상은 지방과 가정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각 지역적 특성에 따라 전해져 내려 오는 전통을 따른 것이기에 어느 방법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에는 모두 의미를 담고 있죠. 지금까지 알려드린 차례상 차리는 방법을 바탕으로 각 지역 별로 내려오는 풍습에 따른 제수를 더해 정성이 담긴 차례상을 준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