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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향기 나는 목재의 특징]숲 속 피톤치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나무가 우거진 숲에 들어가면 어떤 향기가 느껴지나요?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상쾌한 향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피톤치드라 불리는 성분에 의한 것입니다.



피톤치드는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로 어원을 살펴보면, 그리스어로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치드(cide)가 합쳐져 생긴 말입니다. 감기 바이러스성 질환 예방과 스트레스 완화, 알레르기, 피부질환 예방, 탈취효과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죠. 때문에 예로부터 송편을 찔 때 소나무 잎을 넣어 솔향이 음식에 스며들게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부효과도 가지고 있어 지금은 가구와 사우나의 벽체 등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접하는 곳에 향기가 좋은 나무를 사용하여 그 향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나무의 향기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그 답은 목재의 세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목재의 구조를 살펴보면, 목재는 나이테를 기준으로 3단면(횡단면, 방사단면, 접선단면)으로 나누어집니다. 그 단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각각의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수종에 따라 크게 침엽수와 활엽수를 구별해 보면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활엽수는 도관(물관)의 배열에 따라 환공재와 산공재로 나누어집니다. 환공재는 나이테에 도관 동심원 모양으로 있는 나무를 말하며, 산공재는 크기가 일정한 도관이 나이테 전체에 균일하게 존재해 있는 것을 말하죠.


먼저 침엽수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침엽수는 95%가 가도관이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세포는 물관과 지지의 역할을 하죠. 방사조직은 양분을 이동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에피델리얼 세포로 둘러싸여 있는 수지구는 송진이 나오는 구멍입니다. 활엽수의 구조는 물이 이동하는 통로인 도관(물관)이 분포하고 침엽수와 마찬가지로 방사조직이 있어 양분을 이동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목섬유라는 세포가 존재하여 나무를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목재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향기를 내는 세포에 대해 알아볼게요.




향을 내는 세포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방사조직입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방사조직 내에 있는 내용물이죠. 방사조직은 모든 수종에 있는 것으로 이것으로 인해 모든 목재는 향을 갖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맡을 수 있을 만큼 진하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 세포는 수지구(송진구멍)를 둘러싸고 있는 에피델리얼세포입니다. 에피델리얼세포는 수지를 분비하는 세포로 수지구가 있으면 존재합니다. 이 세포를 가진 대표적인 수종은 소나무, 잣나무이며 이 두 수종의 목재에서는 진한 솔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지구가 모든 수종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없는 수종도 있으며 대표적으로 전나무, 주목, 비자나무 등입니다. 이 수종들은 목재의 향이 수지구를 가지는 가지고 있는 수종에 비해 약합니다.


세 번째는 수지세포입니다. 수지구가 없는 수종 중 향이 좋은 목재들이 많습니다. 바로 이 수종들은 수지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지세포는 충진물질로 꽉 찬 세포를 이야기하며 수지를 만들어 냅니다. 그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향이 좋은 나무로 잘 알려진 편백나무를 비롯해, 삼나무, 미국측백(Red cedar), 푸첸 사이프러스(Fukien cypress)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푸첸 사이프러스(Fukien cypress)는 편백, 미국측백(Red cedar)에 비해 향이 매우 진한 수종으로 전조가 된 후에도 특유의 목재 향을 가져 앞으로 향료로 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목재입니다.





향을 내는 세포는 대부분 침엽수에 존재하지만 활엽수에도 일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온대산 목재인 황칠나무와 옻나무입니다. 하지만 침엽수에 비해 좋은 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남양재 중에도 아피통(Apitong), 카폴(Kapur), 방킬라이(Bangkirai) 등은 횡단면에 수지구가 많아 향이 나지만, 이 또한 대부분 좋은 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활엽수 중 유일하게 좋은 향을 가지고 있는 수종도 있습니다. 바로 ‘침향’이죠. 침향은 팥꽃나무과의 상록교목으로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부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에 분포하는 수종입니다.



아퀼라리아(Aquilaria)속에 속하는 침향의 현미경 구조를 살펴보면 횡단면에서 가장 큰 특징인 재내사부라는 세포가 존재합니다. 재내사부는 상해유조직을 생성하여 수지를 분비해 향을 내며 이 세포가 있는 침향은 향이 좋으면 좋을수록 고가의 침향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침향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육안으로만 식별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연구사례(김인락ㆍ박병수,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된 Aquilaria malaccensis의 감별 연구」, 2011, 대한본초학회지 26(1) : 97-101)를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된 19종의 침향 중 16종이 아퀼라리아(Aquilaria)속의 침향이 아닌 다른 수종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대부분 고니스틸루스(Gonystylus)속에 속하는 수종으로 식별되었는데, 이 수종의 현미경 사진을 살펴보면 그림 8에서 볼 수 있었던 재내사부가 관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니스틸루스(Gonystylus)속에 속하는 수종을 침향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지만 이는 엄밀히 따져 침향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미상으로 식별된 아퀼라리아(Aquilaria)속의 침향과 전혀 다른 세포 구조를 가지는 목재가 침향으로 둔갑하여 유통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목재를 육안으로만 확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침향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목재에 대한 연구를 하기 전에 그 목재의 정확한 수종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더 정확하고 믿을 만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임업진흥원의 임업시험을 통해 목재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면 앞으로 선향산업뿐만 아니라 목재 산업의 질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내용은 한국임업진흥원 오정애 연구원의 <한국 선향산업 발전 워크숍> 특강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