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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숲에서 만난 사람

숲 해설가가 말하는 '숲이 좋은 이유'




최근 ‘힐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마음의 치유’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습니다. 가을 찬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솔잎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어 내려가는 기분이 들게 되는 곳이 바로 숲입니다. 바삐 걷던 걸음도 천천히 걷게 되죠. 유독 숲에 가면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산림과학원(이하 과학원) 숲 해설가 김순길 씨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홍릉수목원을 걸으며 김 해설가와 나눈 일문일답.


<숲해설가 김순길 씨>



Q_언제부터 숲해설가를 시작하셨나요?

A. 숲해설가를 시작한지는 8년 됐어요. 그전에는 주부로 살았습니다. 아이들 체험학습을 쫓아 다니다 보니 직접 교육해야겠단 욕심이 들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Q_직접 숲해설가가 되어 교육해 보니 어떤가요?

A. 숲이 주는 이로움이 많아요. 우선 아이들의 인지능력이 달라지죠.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또한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숲해설할 때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 역할만 하는데 머뭇거리던 아이들도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Q_숲 해설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하나 들려 주세요.

A. 숲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는 말썽을 피운다고 혼내거나 짜증내지 않아요. 자유롭게 내버려 두죠. 그런데 올해 초에 한 아이가 심하게 말썽을 피워서 혼냈어요. 숲 해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퉁명스럽게 편지를 주더라고요. ‘감사의 편지’ 쓰기를 했었거든요. 저는 혼나서 쓰지 않고 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뜯어 보니 ‘말썽 피워서 죄송하다’는 사과 편지더군요. 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숲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김순길 숲해설가 모습>


Q_숲해설가가 되기 전과 후가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A. 숲해설가가 된 후 여유를 찾았어요. 저는 굉장히 극성맞은 엄마였거든요. 숲해설가가 된 계기도 그렇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체험학습이란 체험학습은 다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 욕심에 직접 나선 거죠. 그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숲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조급증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 공부도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뒀죠.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숲에서 제가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Q_조급증이 사라졌다고요? 숲이 주는 이로움 때문일까요?

A. 숲은 온통 초록색이잖아요. 그리고 정화물질인 피톤치드가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잖아요. 그 능력이 사람에게 전해지면서 사람도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매일 출근하는 숲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보여요. 남들은 매일 보는 숲이 뭐가 달라서 그러냐고 묻지만요.(웃음)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있는 문배나무>


Q_매일 보는 숲이 새로워 보인다? 쉽게 와 닿지 않는데요.

A. 제가 느끼는 숲은 경이로운 곳이에요. 사람의 지식으로 숲의 능력을 가늠할 수가 없어요. 저기 고목나무 보이시죠? 문배나무에요. 자세히 보면 가운데 죽은 나무에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서로 품종이 다른 나무에요. 다람쥐가 씨앗을 물어다 놨는데 고목나무에 뿌리를 내린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해요. 이런 것 때문에 숲이 늘 새롭다고 말하는 거에요. 


Q_최근 학교폭력의 해결책을 숲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숲은 강요하지 않아요. 자율적이죠. 또 숲은 치유 능력이 있잖아요. 저는 학교폭력의 원인이 마음의 상처로부터 온다고 보는데, 숲은 이것을 해결해 줄 수 있어요. 숲에 오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도 숲의 자정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폭력 해결책을 숲에서 찾으려는 것 아닐까요.


<놀이를 통해 숲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김순길 숲해설가>


Q_숲이 주는 생명의 가치가 놀랍네요. 마지막으로 숲을 어떤 자세로 대하면 좋을 지 알려 주세요?

A. 글쎄요. 저는 ‘비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숲에 가면 밤도 줍고, 도토리도 줍고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숲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느꼈으면 좋겠어요. 등산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꼭 정상에 오를 필요는 없잖아요. 정상을 밟지 않고 숲을 걷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김순길 해설가와 한 시간 남짓 걸으며 나눈 대화에서 숲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뭔가를 얻어 내겠다고 호기 있게 나선 모습이 부끄럽네요. 이번 주말에는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비우고 숲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채워 와야겠습니다. 여러분도 김순길 숲해설가의 말처럼 올해 마지막 가을 산행은 단풍구경도 좋지만 숲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