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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정월대보름 음식, 부럼깨기, 오곡밥, 곰취쌈을 먹는 이유는?



2월 24일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옛 조상들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도 설날 못지않은 큰 명절로 여겼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대보름이 예전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풍습이 오곡밥을 지어 먹거나 부럼깨기, 달맞이를 하는 정도이죠. 그런데 왜 우리 선조는 정월 대보름에 이와 같은 풍습을 행하였을까요? 대보름의 풍습을 통해 조상의 건강한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한 해 동안 종기나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밤·호두·은행·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을 행하였습니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호두, 잣 등과 같은 견과류가 비폐신을 튼튼하게 해 몸의 저항력을 길러주며, 특히 장과 피부에 좋다고 말하고 있죠. 호두는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 전구체가 많아 두뇌 발달에 좋다는 것은 이제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탈모와 노화를 예방하며 불면증과 신경 쇠약에도 효과적입니다. 이와 함께 잣은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며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밤은 비타민B1, C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며, 은행은 호흡기 기능을 도와주고 기침과 가래를 삭여주기도 하죠.


<정월 대보름 가족과 함께 부럼을 깨는 모습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오곡밥은 음력 정월대보름날의 전통적인 절식입니다. 지방에 따라 약간 다른 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찹쌀, 차조, 붉은팥, 찰수수, 검은콩 등 5가지의 곡식으로 지은 밥을 말하죠. 오곡밥에 들어가는 5가지 곡식은 한 해 동안 모든 곡식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곡식의 오색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의학에는 오행에 각 장부를 배속하고, 다시 여러 가지 색, 맛, 기운 등을 연결해 풀이하는 '오행학설'이 있는데요. 흔히 붉은색 포도주는 심장에 좋다거나 검은콩은 신장에 좋다는 것이 모두 오행학설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오곡밥은 오색이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장육부를 조화시키고 체질적으로 각 체질의 음식이 골고루 섞여 있는 조화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죠.


<오곡밥에는 건강과 풍년의 의미가 담겨있다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곰취쌈은 정월 대보름에 먹는 절식 중 하나로 ‘복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복쌈은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춧잎 등에 싸서 먹는 것으로, 이렇게 정월 대보름에 쌈을 먹게 되면 복(福)을 쌈 싸듯이 모을 수 있다는 풍습에서 나온 것이죠.


특히 곰취는 잎이 둥글고 커서 복쌈으로 제격입니다. 곰취는 참취, 미역취 등 다른 취에 비해 그 맛과 향이 월등히 뛰어나 산나물의 으뜸으로 치기도 하죠. 곰취라는 이름은 잎 모양이 곰 발바닥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고, 강원도 산간에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가장 먼저 찾는 산나물이라 하여 유래되었다는 설도 함께 전해집니다. 19세기의 '시의전서'에도 곰취쌈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곰취를 쌈으로 이용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김으로 싼 ‘복쌈’을 먹는 풍습이 있다 / 출처: 한국세시풍속사전>


곰취는 보통 잎과 줄기를 나물로 먹고, 초여름에 잎이 세기 시작하면 삶아서 묵나물로 먹고도 하는데요. 삶아도 향이 가시지 않고 삶은 것을 말리지 않고 물기만 짜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먹어도 그 맛과 향이 살아있어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대한암예방학회에 의하면 곰취가 고기를 태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활성을 60~80%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식이섬유도 다량 함유되어 있고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성분, 비타민A, 비타민C, 칼슘, 칼륨과 무기질도 풍부하여 봄철 영양식으로 매우 좋습니다.


<’복쌈’으로 가장 많이 먹는 곰취는 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 출처: 산림조합중앙회>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것처럼, 정월 대보름에 먹는 별식을 '상원절식'이라 합니다. 정월 14일에 장수를 기원하며 약식 또는 오곡밥을 지어먹고 다음날인 15일 아침에는 귀밝이술 즉 이명주를 마시고 부럼을 깨서 한 해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축원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죠.


약식은 약밥 또는 약반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신라시대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날 까마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하여 은혜를 갚고자 정월대보름을 까마귀 제삿날로 정해 잣, 밤, 대추 등 귀한 임산물 재료를 넣어 약식을 지어 바치면서 생겨난 풍속입니다.


<정월 대보름 ‘부럼깨기’에 쓰이는 호두, 밤, 잣, 땅콩 /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또한 '진채식'이라 하여 가을에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가지, 말린버섯, 고사리, 고비, 도라지, 시래기, 고구마순 등 최소 9가지 나물들을 잘 말려두었다가 대보름에 기름에 볶아서 먹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몸에 이로운 여러 가지 음식 함께 먹는 것은 겨우내 부족하기 쉬웠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여 원기를 북돋아 준다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죠. 여러분도 정월 대보름, 조상의 건강한 지혜가 담긴 영양 만점 임산물로 입맛도 살리고, 한 해 동안 가족의 건강을 기원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