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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숲에서 만난 사람

사회적기업 '아람누리', 임산물을 입는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자연에서 채취한 꽃, 치자, 풀, 흙, 벌레 등으로 직물에 염색을 했습니다. 염료로 밤, 은행, 쑥, 나무, 솔잎, 오미자, 호두 등 수많은 임산물 등도 사용했지요. ^^ 




산림형 사회적기업인 '아람누리'는 선조들이 썼던 천연염색 재료들을 활용해 옷감을 만들고 있는데요, 한국임업진흥원의 김정분 선임연구원과 송연희 연구원이 ‘아람누리’를 찾아가 임산물을 활용한 천연염색을 체험해 보았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 



 

충남 공주에 있는 ‘아람누리'는 2014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아람누리’는 국립한밭대학교 김영숙 교수가 35년째 운영하고 있는 천연염색연구소를 사회적기업으로 만든 경우로, 김 교수는 이곳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자연 색깔을 연구하며 의류와 패브릭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교수의 안내에 따라 올라간 2층에서 집 앞 정원과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으며, 실내 가구와 인테리어에 천연염색 직물들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 아름답죠? 자연에서 나는 것은 먹어도 좋지만, 입고 보는 것도 몸에 좋아요. 직물에 염색된 자연염료가 피부 모공을 통해 흡수되거든요. 자연을 염색한 옷은 임산물 본연의 효능과 선한 기운을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요. 자연염색을 연구하고 기록해서 다음 세대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일이고 '아람누리'의 사명이에요.”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 예찬론을 펼친 김 교수는 지금까지 27번이 넘는 천연염색 전시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다 주변의 권유로 제품을 만들었고 그게 생각지도 못한 수익으로 연결되어 천연염색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브랜드는 ‘멜로우’와 ‘스탈린’입니다.  



염색공장 안에는 밤송이와 인진쑥을 달이는 향이 강했습니다. 천연염료는 재료를 물에 끓여 색을 빼는데요, 오래 끓일수록 깊은 색이 나온다고 합니다. 쪽과 홍화는 발효를 거쳐야 염색이 되는 재료고요, 천연염료가 준비되면 세척, 매염, 염색과정을 거쳐 원하는 색깔을 얻어냅니다. 


먼저 천을 깨끗하게 빨아 매염을 거친 뒤 천연염료로 염색을 합니다. 매염은 염색이 잘 들도록 하는 전처리 과정인데요, 한번 염색이 된 천은 다시 물에 세척한 뒤 매염과 염색을 반복하여 물을 들입니다. 그만큼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



천연염색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물인데요, 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원하는 색깔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염색물을 들일 때는 천의 끝부분부터 천천히 담가 흩어주기를 반복해 색이 골고루 배도록 합니다. 


'아람누리'는 은행과 호두를 직접 재배합니다.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밤송이는 수거를 하고, 재배가 어려운 재료들은 농가를 통해 얻거나 구입하여 염료로 만들고 있죠. 



천연염색을 체험하던 송 연구원이 갑자기 감탄사를 연발했는데요, 초록빛이 돌던 스카프가 쪽물에 닿자마자 새파란 색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김 교수는 웃으며 몇몇 임산물들의 고유색을 알려주었습니다. ^^



“밤송이는 황색, 인진쑥은 카키색, 쪽은 청색, 홍화는 빨간색 물이 들어요. 염색, 매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톤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깨끗이 헹구고 조심스럽게 염색하는 게 예쁜 색을 내는 비결입니다. 천연염색으로 만들어내는 제품은 인테리어 용품부터 옷, 이불, 스카프, 넥타이, 모자, 손수건, 인형, 아기용품, 신발, 수의, 환자복 등 무수히 많아요.” 


염색이 끝날 무렵 송 연구원은 쑥 향에 취해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는데요, 천연염색을 하며 힐링이 된 듯 보였습니다. 스카프를 목에 두른 김 연구원은 체험 후 '아람누리'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며, 앞으로 '아람누리'와 같은 산림형 사회적기업을 많이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했습니다. ^^


 

“1,2차 산업에 그치기 쉬운 것이 임산업인데, '아람누리'는 산림을 건강, 문화, 예술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훌륭한 사회적기업입니다. 우리나라는 풍부한 산림자원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국가에 비해 염색이나 직조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는데, '아람누리'가 그런 한계를 깨고 문화산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