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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숲에서 만난 세상

'힐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학교는?




숲이 최근 ‘힐링’ 장소로 인기가 많습니다. 숲이 우거진 산을 오르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이고 마음이 넉넉해 집니다. 이게 모두 산에서 나오는 이로운 물질 때문입니다. 산에는 몸의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 등이 가득합니다. 코끝을 자극하는 흙 냄새와 계곡 물소리는 답답한 마음을 열게 해 주죠. 이처럼 숲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숲길을 걸으면 긴장감, 우울감, 분노, 적대감, 피로감, 혼란 등은 줄어들고 긍정적인 정서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숲이 ‘힐링’의 대표 장소로 떠오르면서 학교폭력을 숲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하고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산림교육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숲 치유학교가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죠. 그래서 학교폭력 예방활동의 대안으로 떠오른 ‘숲 속 치유학교’를 다녀왔습니다.




32년 만에 폭설이 내린 12월 6일, 상주에 자리한 ‘백두대간 숲 생태원’은 추운 날씨에도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인근지역 중모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남부지방산림청이 주최한 학교폭력 치유 프로그램인 ‘숲 속 치유학교’를 찾은 것입니다.


<’백두대간 숲 생태원’에서 진행된 ‘숲 속 치유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숲 치유학교에 참석한 학생들은 시골마을 특성상 학생 수가 적은 탓에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한 반으로 쭉 학교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타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 몇몇을 빼고는 모두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날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고입시험 준비를 모두 끝내고 자유를 만끽하려는 듯 눈이 하얗게 쌓인 이곳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숲 속 치유학교에 학생들과 함께 찾은 김충호 선생님(중모중학교)은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다 보니 서로 친밀하지만 사춘기 시기를 겪으면서 완력이 생기고 왕따가 알게 모르게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서로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숲 속 힐링 프로그램을 찾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숲 속 치유학교에서 나무가 되어 학교폭력을 이해하는 역할극에서 친구와 대화하기, 나에게 칭찬하기, 나의 마음 읽기 등 친구이해하기와 심리치료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체험했습니다. 


<눈을 가리고 친구의 안내에 따라 숲을 체험하는 모습>


프로그램은 강제성 없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스스로 체험해 보면서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눈 덮인 운동장을 뛰어 다니며 친구들끼리 엉겨 붙어 보내는 시간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치유하며 면역력을 높여 가도록 한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이윽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친구들을 자신과 친구에 대해 발견해 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학생들과 어울려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유병남 숲 해설가는 숲이 주는 효능과 더불어 직접 경험하고 스킨십과 칭찬을 하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상당수 학생들은 의욕이 없거나 칭찬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입니다. 직접 참여를 유도하면서 동기 부여를 시키고, 칭찬을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해 줍니다.


<숲 속 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눈 덮인 운동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숲 속 치유학교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지만 대화를 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오늘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짧게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았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이때, 숲에서 학교 폭력이 대안을 찾은 하루였습니다. 대부분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공부해야 할 중모중학교 학생들이 학교폭력 없이 즐거운 학창시절을 추억으로 쌓길 기대합니다.